더불어민주당은 19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재명 방탄용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 당헌 80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헌 80조 1항의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은 그대로 뒀지만, 직무 정지 조치를 취소할 수 있는 ‘구제’ 결정을 당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가 하도록 3항의 내용을 바꾼 개정안이다. 윤리심판원은 외부 인사가 원장인 독립 기구이지만, 당무위는 당대표가 의장을 맡는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된 뒤 기소되면 당직 정지 여부를 이 의원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는 지난 16일 당헌 80조 1항의 ‘기소되면 당직 정지’를 ‘1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 때 당직 정지’로 바꾸는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비상대책위는 17일 1항은 두고 3항만 바꾸는 쪽으로 내용을 바꿔 당무위에 올렸다.
윤영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립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윤리심판원에 판단을 맡기는) 규정을 뒀을 텐데 이걸 당대표가 위원장인 당무위에서 결정하도록 바꾼 건 원래 취지의 후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이 검경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이번에 당헌이 개정되면 이 의원이 나중에 기소되더라도 당대표직이 정지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되면 확정된다.
민주당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이틀 만에 ‘동의’가 5만명을 넘었다.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은 당헌 80조를 개정할 게 아니라 아예 지워서 논란이 생길 여지를 없애자며 청원 참여를 독려해 왔다. 민주당이 청원 게시판을 만들면서 제시한 ‘중앙당 공식 답변’ 기준이 5만명이다.
민주당 당무위는 이날 당헌에 ‘권리당원 전원 투표’ 조항을 신설하는 안도 통과시켰다. 권리당원 전원 투표는 당의 합당이나 해산, 특별 당헌의 개정이나 폐기 등에 대해서 할 수 있고, 투표 결과는 기존 전당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민주당의 최고 의사 결정 방법으로 두기로 했다. 당헌 신설이 확정되면 권리당원 권한이 크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재명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당헌 신설’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 뒤 추진하고자 하는 사안들을 개딸들이 권리당원 전원 투표에 부치고 찬성표를 몰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 청원 게시판에 며칠 만에 몇만명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 권리당원 전원 투표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권리당원 전원 투표안을 처음 마련한 전당대회준비위의 한 의원은 “권리당원 전원 투표는 현행 당규에도 거의 비슷한 조항이 있다”며 “당규에 있는 내용을 당헌으로 옮겨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지, 특정인을 위한 조항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