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제주 MBC에서 열린 지역순회 방송토론회에 앞서 리허설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이재명, 박용진 후보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의원은 3일 현 정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과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의 다수 의석을 밀어붙여 국회에서 이 장관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결국 이 의원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주장에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의원은 이날 제주MBC에서 열린 제2차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현 정부가 법과 헌법을 위반해 정부 조직법에 없는 경찰국을 만들겠다는 등 시행령에 의존하는 행정을 하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이에 대해 저는 (이 장관에 대한) 강력한 탄핵안 발의를 하려는 생각이다”고 했다. 그는 “국정은 당연히 헌법에 기초해서 해야 하고 위반되는 행정을 할 시 책임을 묻는 제도가 있다”며 탄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은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하고 꺼내는 것이냐”며 “그냥 툭 던져 놓으면 갑자기 국면이 달라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탄핵이 불발될 경우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에선 윤석열 정권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탄핵이라는 강경책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탄핵 주장은 ‘처럼회’ 소속 일부 의원과 개딸 등 당내 소수 강경파 세력에서만 나오고 있다. 율사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탄핵안이 법리상 안 통할 가능성이 큰데, 그럴 경우 외려 역풍이 불 수가 있다”며 “강경파 의견에 편승하다가는 ‘검수완박’ 추진 후 지방선거에 참패했던 꼴을 또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6월 지방선거 때 공약해 논란이 됐던 ‘김포공항 이전’ 계획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보면 혼란과 논쟁이 있지만 수도권 서부 지역의 대규모 신도시 조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추진 의사를 재차 밝혔다. 그러자 강훈식 의원은 “조금 더 지역과 지방에 대한 배려와 상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강훈식(왼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의원이 3일 제주MBC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서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6·1 지방선거 당시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셀프공천’ 의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뉴시스

이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국회에서 출마 선언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사당화 우려에 대해 “너무 본인들 공천 걱정만 하지 말고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국민과 당원들이 지혜를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당화 우려라는 말을 왜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단언적으로 말하건대 민주당은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는 공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천 학살’ 등을 주장하는 비명계 일부 의원을 겨냥해 “‘지금까지 (당대표들이) 그랬으니까 이재명도 그러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비명계에선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2024년 총선 직전 ‘공천 학살’ ‘물갈이’를 통해 ‘내 사람 꽂기’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대해선 ‘정치 개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거는 가장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에 맞춰서 수사를 끝내겠다는 보도가 있던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대놓고 정치 개입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유용’ 의혹 수사 결과를 8월 중순쯤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사법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서글프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