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울릉도에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그 섬’을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가 말하는 ‘그 섬’은 여의도 정치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여의도로 대표되는 기성정치권과 거리두기 하면서 재기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그 섬’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27일이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이후 울릉도를 방문 중이던 이 대표는 “그 섬(여의도)에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며 “이 섬(울릉도)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고 썼다. 여의도 정치권이 기만적이라는 취지다.

울릉도에서 떠난 뒤에도 이 대표는 ‘그 섬’과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이튿날인 지난 28일 경북 경주에서 당원들과 만난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 섬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지역의 당원들이 오히려 가장 개혁적이고 당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 섬에 있는 국회의원들과 섬 밖의 당원들을 구분 지어서 당 비판에 나선 것이다.

29일 경북 경산을 찾은 날에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영혼이 없는 그 섬의 사람들에게 바친다”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곱추’ 주제곡을 공유했다. 원곡 가사에는 “언젠가 탐욕은 소용이 없다” “우리 투쟁이 승리하게 되면 태양 앞에 설 것”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사흘 연속 ‘그 섬’ 비판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성정치권과 거리두기 하면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표는 국회의원 당선경험이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 섬은 혼탁하지만 ‘0선’ 당 대표인 자신만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아니겠나”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당 내홍과 한 발짝 떨어지면서 정치적으로 재기할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