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親尹) 그룹을 주축으로 한 의원 모임 ‘민들레(가칭)’ 설립 추진으로 당내 계파 논쟁에 불이 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참여한 데다, 인수위 출신인 이철규·이용호 의원이 공동 간사로 결성을 추진하면서 지방선거 후 친윤 그룹의 세력화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맏형 격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10일 나서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된다”며 제지하고 나섰고, 이준석 대표는 “당내 사조직”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장 의원은 “수많은 의원 모임이 다 사조직이냐”며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민들레’ 출범은 전날 공동 간사를 맡은 이철규·이용호 의원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참석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공개됐다. 이들은 “민들레는 ‘민심 들어볼래’를 줄여 변형한 말로 국정 현안에 대한 민심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의원들뿐 아니라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들까지 참석해 ‘당·정·대’의 새로운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모임 구성에는 인수위 시절 비서실장을 한 장제원 의원과 당선인 수행팀장 이용 의원, 정무기획 1팀장 정희용 의원 등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출범 사실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선 과거 친이(親李)·친박(親朴) 같은 계파 갈등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들레 모임이 친윤 주류 중심으로 흘러갈 경우 당이 ‘친윤’ 대 ‘반윤’ 구도로 찢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10일 라디오 등에서 민들레 모임에 대해 “앞장서서 막겠다”며 공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당내에서 이런 식으로 단순한 공부 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고 지양하는 게 옳다”며 “자칫 잘못하면 계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 분열로 이어져 정권 연장 실패로 이어지고 당의 몰락으로 갔다”고도 했다.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가 친윤 모임에 부정적인 것은 18대 국회에서 시작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치열한 계파 갈등 경험 때문이다. 실제 과거 친이 핵심으로 꼽힌 이재오 전 의원이 만든 의원 모임 ‘함께 내일로’도 계속되는 비판 끝에 정권 말 결국 해체됐다. 박근혜 정권 시절엔 친박을 넘어 이른바 ‘진박(眞朴) 모임’까지 등장한 뒤, 20대 총선에서 패하고 결국 탄핵의 단초가 됐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청(당·정·대) 기능을 담당하는 공조직은 구성돼 있다.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은 사조직”이라며 “당·정·청 간 연결 기능을 누가 (민들레에) 부여했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은 “당이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며 “다른 중진 의원들이 만든 공부 모임도 그럼 모두 ‘사조직’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계파라는 굴레를 씌우려는 것”이라며 “의원들 모임인데 ‘당·정·대 모임’으로 운영 방식과 취지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주제별로 대통령실, 정부 관계자를 연사로 초청한다는 것이지, 이들을 고정 멤버로 모임에 참석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용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결코 특정인 중심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세력 규합을 위해 구성되는 조직이 아니며 그렇게 운영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의 제동에 ‘민들레’ 출범은 일단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5일에 처음 모이기로 했지만, 우려가 커지면서 시기와 장소를 새롭게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내가 경험한 당사자지만, 아무리 계파가 아니라고 해도 (바깥에서 보기엔) 친윤 모임이 된다”며 “국민의힘의 계파 모임은 친이·친박으로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파 싸움이 되면 국정이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여당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