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9일 새벽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그는 연일 언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겨냥해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라고 했다. 당 대표와 당 중진이 ‘개소리’ ‘뒤통수’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상호 비방전을 벌이는 초유의 내분에 휩싸인 셈이다. 당내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하는 조짐에 당 내부에서도 “6.1 지방선거 이후 불필요한 잡음으로 윤석열 정부 초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될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그러고. 자신들이 대표 때리면 훈수고, 대표가 반박하면 내부총질이고”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대표를 향해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한다’고 말한 정 부의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어쭙잖은 5대 5 양비론 사양한다”며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야멸차게 비판하시고 누군가가 바꿔야 할 생각이 있다면 바꾸라고 지적하라”고 언급했다. 또 “당 대표를 몰아내자고 대선 때 방에서 기자들 들으라고 소리친 분을 꾹 참고 우대해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기고 공관위원 전원 구성권까지 드렸으면 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는 다한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 정진석 부의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모든 걸 1년 동안 감내해오면서 이 길(을) 가는 것은 그래도 정치 한 번 바꿔보겠다고 처음 보수정당에 눈길 준 젊은 세대가 눈에 밟혀서 그렇지 착각들 안 했으면 좋겠다”며 “대선 승리의 원흉 소리를 들을 때도 꾹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16시간 버스를 타고 우크라이나 전쟁통을 벗어나서 이제 바르샤바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 편을 탄다”며 “인터넷이 끊기는 시간 동안 다들 안녕하시길”이라고 적었다.
정 의원이 지난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 구상을 공개 비판한 뒤로 두 사람은 거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공천 등 정당 개혁을 논의하겠다는 명분으로 만든 ‘혁신위원회’를 두고 당내 주류 인사들의 비판과 견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 부의장을 비롯한 친윤(親尹)계는 “당내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2024년 총선 공천권과 연결되는 혁신안은 사실상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들의 공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여권에서는 “다음 총선 공천권을 놓고 국민의힘 다수인 친윤과 비주류 세력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 등 우크라이나 자유·평화연대 특별 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