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치른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인천시장은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 확정됐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인천시장과 경기지사를 석권했지만, 이번엔 반대로 국민의힘이 약진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기지사 선거에선 2일 새벽 2시 30분 기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득표율 49.4%로 민주당 김동연 후보(48.5%)를 0.9%포인트 차로 앞서 나갔다. 정치권에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고, 김은혜 후보도 경기지사에 당선될 경우 첫 여성 광역단체장으로 정치권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경기지사 선거는 개표 막바지까지 어느 쪽의 승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 펼쳐졌다. 개표가 64%가량 진행된 시점에서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에게 1%포인트 이내의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김은혜 후보 측은 “선거 막판 ‘정권 안정론’이 힘을 얻으면서 우리 쪽으로 무게가 기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야(與野)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1149만명에 이르는 경기도를 최대 승부처로 보고 경기지사 선거에 총력전을 벌였다. 김동연 후보가 ‘명심(明心·이재명 전 경기지사)’, 김은혜 후보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을 업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대선 연장전’이란 평가도 나왔다.
김은혜 후보는 2020년 총선 때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승리한 후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MBC 앵커 출신인 김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초선 의원이어서 경기지사 도전이 무리일 것이란 시선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누르면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 구호로 ‘젊고 힘 있는 경기도’를 내세웠다. 이에 맞서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민주당을 심판하시더라도 씨앗은 남겨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58% 득표율(새벽 2시 30분 개표 기준)을 기록해 승리가 확실시됐다. 득표율 40.3%에 그친 민주당 송영길 후보와는 17.7%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1995년 제1회 전국 지방선거 이후 ‘4선(選) 서울시장’에 오른 이는 오 당선인이 처음이다.
오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지난 1년 동안 다수의 민주당 시의회 때문에 제가 마음먹었던 사업들을 다 발전시키지 못했다”며 “작년보다는 조금은 뜻한 바대로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기대한다”고 했다.
오 당선인은 2011년 ‘무상 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10년간 정치적 암흑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승리하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1년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다시 송영길 후보를 꺾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오 당선인이 여권의 차기 대선 경쟁에서 한 축을 차지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에다 4선 서울시장 경력을 갖추게 된 오 당선인의 남은 정치적 선택은 대선 도전 아니겠느냐”고 했다. 서울시장 임기가 끝나는 이듬해(2027년)에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점도 오 당선인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오 당선인은 당분간 대선 도전과는 거리를 두면서 서울 시정(市政)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오 당선인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5선도 생각한다. 이 자리가 대통령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새벽 2시 30분 기준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가 51.7%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이 확정됐다. 현 시장인 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44.8%를 얻은 데 그쳤다.
유 당선인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총무처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관선·민선으로 경기 김포군수와 인천 서구청장, 김포시장, 인천시장 등을 거쳤다. 2018년에는 인천시장 재선에 도전했지만 민주당 박남춘 후보에게 패했다.
4년 만에 다시 벌인 대결에서 유 당선인이 박 후보에게 설욕한 셈이다. 유 당선인은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거짓이나 흑색선전이 있었지만 진실이 이겼다”며 “앞으로는 오직 시민 행복과 인천 발전만을 위해 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