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논란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힘과 정치권 원로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인사 청문회를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정 후보자가 윤석열 당선인과 ‘40년 지기’란 언론의 표현을 반박하는 등 다소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윤석열 당선인도 정 후보자 문제에 대한 주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이날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위법한 행위나 부당한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로비에서 자신과 자녀 논란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정 후보자께서는 빨리 결단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즉각적인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위법 행위의 유무가 아니라 이해충돌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국민에게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보편적 상식과 다르게 밀어붙이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분노를 느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다른 당 지도부 인사들과도 일부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자식들 의대 편입에 정 후보자의 사회적 자산이 작용했을 수 있고, 그 부분은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는 불공정”이라며 “해법은 본인은 자진사퇴하고 대신 철저하게 수사 요청을 해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국민의힘) 의원들도 철저하게 (검증) 하겠다, 봐주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정면돌파’를 택하더라도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논란이 조기 종결되지 않으면 지방선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만큼, ‘아빠 찬스’ 논란이 계속될 경우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지지층의 이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이날 “특히 수도권 지방선거 출마자 분들로부터 지도부에서 결단해 달라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왔다”며 “(인사에서) 2030의 공정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 원로와 인수위 주변 인사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 선대위원장은 이날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것이 소위 공정과 상식”이라며 “거기에 비춰본다고 한다면 과연 상식에 맞느냐 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명을 강행한다면) 과거 정권에서 하던 짓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법률적인 판단을 해서는 나중에 후회할 일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취임사를 자문하는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도 페이스북에 “권력의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있다”며 “임기 시작 전부터 국민과 싸울 작정이냐”고 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국민 앞에 나서서 정확한 자료를 갖고 소명할 시간은 국회 청문회장”이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그러나 “(당선인과 정 후보자가) ‘40년 지기’라는 표현이 여러 곳에 인용보도 되는데, 각자 서울과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활동해온 분”이라며 “‘40년 지기’라는 건 잘못된,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또 전날 윤 당선인이 이 문제와 관련,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하나 높은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추가 설명을 하기도 했다. 위법 사안만 따지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당 안팎으로 정 후보자에 대한 비토론이 커지면서 윤 당선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인도 주변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조만간 생각을 정리하지 않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