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은혜 의원이 가세하면서 국민의힘 경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민의힘 내에선 경선 흥행을 통한 ‘경기도 탈환’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했던 김태흠 의원은 방향을 틀어 충남지사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지방선거 승리에 모든 화력을 쏟아 붓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김은혜 의원/조선일보DB

김 의원은 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이 당선인 대변인으로 마지막 브리핑”이라며 “(경기지사 후보 경선) 출마에 대한 최종 결심이 서지 않았지만,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결심을 밝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김 대변인이 출마를 결심했다”며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후임 당선인 대변인은 같은 MBC 출신인 배현진 의원이 맡기로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갑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초선이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저격수’로 활약해 정치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과 김 의원의 정치적 인지도가 가장 높아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른바 ‘윤핵관’들도 김 의원에게 경기도지사 출마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김 의원의 출마를 ‘윤심(尹心)’과 연결짓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의 뜻은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다면 모두 나가 승리하란 것”이라며 “김 의원은 본인의 출마 의사가 강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첫 여성 광역자치단체장’ ‘대장동 여전사’ 등의 콘셉트로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유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유 전 의원은 김 의원의 출마에 대해 “대환영”이라며 “김 의원님이든, 또 저보다 먼저 출마 선언하신 분들이든 당이 정하는 룰에 따라서 치열하고 공정하게 경쟁을 하면 도민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사람이 권력이 욕심나서 온 게 전혀 아니다. 경기도가 안은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히딩크 감독 같은 해결사가 되고 싶다”며 “선거가 어렵기 때문에 왔고, 저 같이 대선 2번 출마, 4선, 경제안보 경험 쌓은 사람이 어려운 선거에서 이기는 게 경기도와 우리 당을 위해서 제가 기여할 부분”이라고 했다. 경기도엔 ‘초선’ 출신이 아닌 중량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변인 후임엔 배현진 - 배현진(오른쪽) 신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은혜(왼쪽) 전 대변인은 웃으며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김 의원의 가세로 경선 구도도 복잡해졌다. 현재 국민의힘 경기지사 경선엔 유 전 의원 외에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과 함진규 전 의원도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1~2일 실시된 아시아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후보군 중 유 전 의원이 38.2%, 김 의원이 10.1%, 심 전 부의장이 6.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은 당원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이뤄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과 김 의원의 여론조사 격차가 10%포인트 안팎으로 줄어들면, 경선 결과도 예측불허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 했던 김태흠 의원은 5일 입장문을 내고 “당 지도부의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그동안 준비해왔던 원내대표 출마를 접는다”며 사실상 충남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윤 당선인과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은 김 의원에게 충남도지사 출마를 권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 지도부로부터 충남도지사 출마 요청을 받고 당혹스럽고 고민스러웠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6·1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저는 충청도 정치인으로서 평소 자랑스러운 충청도 시대를 만들겠다는 열정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