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에서 추진하는 ‘집무실 이전’, ‘임대차 3법 폐지 검토’ ‘50조원 규모 추경’ 등 주요 사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아직 새 정부 출범 전이지만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강력한 ‘반윤(反尹) 드라이브’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30일 만나 3월 임시국회의 마지막날인 다음 달 5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쟁점 사안에서는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예산안부터 국회에 제출하라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집무실 이전에 관련한 어떤 비용도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예비비 이외의 이전 비용은 국회 심의 대상”이라며 “인수위와 국민의힘에 구체적인 소요 예산안 제출을 요청한다”고 했다. 민주당 차원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만나 ‘용산 집무실 이전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민주당은 계속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은 대통령직인수위가 밝힌 ‘임대차 3법 폐지·축소 검토’ 계획에 대해서도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인수위는 지난 28일 전·월세 시장 가격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민주당이 지난 2020년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을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에서 임대차 3법 폐지 또는 대폭 축소를 이야기하는데 시장에 대단한 혼란이 올 것”이라며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오히려 강력한 전셋값 안정화 정책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차 3법 시행 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전·월세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등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또 다른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 원내대표도 “임대차 3법을 잘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할 수는 있겠으나 제도 취지의 근본을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임대차 3법 폐지·축소는 “세입자 거주권을 후퇴시키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코로나 피해 복구를 위한 2차 추경 규모와 재원 마련을 두고도 민주당은 인수위와 대립하고 있다. 인수위는 올해 예산안의 지출 구조를 조정해 ‘50조원 추경’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윤 위원장은 “인수위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재원 마련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채 발행이 아니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해 오라고 하면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스스로 어디에선가 깎아야 하는데 그러면 이게 일종의 자기부정이 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여러 정책에 배정된 예산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정책위 의장은 “아무리 보더라도 50조는 많아 보인다”며 “우리가 보기엔 대략 30조원 안팎이면 (코로나 보상이) 가능할 것 같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국회 172석의 민주당 동의 없이는 법안 통과가 필요한 각종 사안에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 협조’ 약속과 달리 집무실 이전비 안건은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안 됐다”며 “진정 차기 대통령을 오갈 데 없이 만들 건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대놓고 ‘식물 대통령’을 만들겠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