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추모식에 참석해 동상에 헌화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1.12.13.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13일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추모식에서 “황무지 위에 철강 산업을 일으킨 도전 정신, 국가의 대대적인 경제 부흥 정책이 앞으로 대한민국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날까지 3박 4일간 대구·경북 지역을 돌면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박 명예회장 공적까지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에선 이 후보의 ‘우클릭’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전 전 대통령 평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기본 가치에 반(反)한다”는 공개 반발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우리가 양자택일, 흑백논리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시에 있는 포항공과대학에서 열린 박태준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해서 “세계 경제의 대전환에 맞물려 대한민국 경제도 질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허허벌판에 철강 산업을 일으킨 박 회장의 도전 정신이 큰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이 후보는 최근 나흘간 대구·경북 지역을 돌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화 성과를 낸 대통령”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서도 “공과가 병존한다”며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라고 했었다.

박정희, 전두환, 박태준에 대한 이 후보의 전향적 평가는 대구·경북 지역 정서를 의식한 발언이면서 자기도 그들처럼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해서는 “대통령이 된다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일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할 기회가 공평해야 한다”며 “불로소득을 얻는 투기 말고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도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이 후보가 주문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종부세 조정 방안에 대한 공식 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稅) 부담 완화에 부정적인 현 정부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런 이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 움직임이 중도·보수층 공략을 염두에 둔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다주택자 양도세는 완화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집을 팔아서 그만큼 불로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전두환 평가 발언’도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5선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우리 당 후보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면서 “(이 후보의 전두환 평가는) 내용적으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 가치에 반하고, 절차적으로도 너무 쉽게 말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상관없다는 위험한 결과 지상주의에 함몰된 것이 아닌지, 지역주의를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안민석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라디오에서 “역사를 균형 있게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 후보 발언을 두둔했다가, 이후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에 “(나는) 지금까지 전두환을 단 한 차례도 용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 밖에서도 이 후보를 향해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가 상황에 따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자신의 말이 문제가 되자 ‘진영 논리에 빠져서 사실을 부정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석열이 하면 나쁜 전두환 찬양, 이재명이 하면 좋은 전두환 찬양이냐”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 후보는 “전두환에 대해 호평(好評)한 건 전혀 아니다”며 “상대 진영은 100% 다 나쁘고 우리 진영은 100% 다 옳다는 태도는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