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0일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며 “이재명이 만들 세상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과거’로, 자신은 ‘내일’로 규정해 차별화를 하면서, 동시에 정권심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선대위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이재명을 안 찍으면 정권이 심판이 되냐”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3박4일 동안 진행되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자신의 조상인 경주 이씨 시조 표암공 알평을 기리는 표암재에서 “국민의 삶과 경제, 민생에 여야가 어디 있고 진보 보수가 어디 있고 지역이 어딨겠냐”라고 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 정서를 감안한 발언이었다. 이 후보는 경북 경주 황리단길에서는 즉석연설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방역 잘한다고 칭찬받는데, 방역 사실 누가 했나. 여러분이 했다”며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 소독약을 1개 줬나. 무슨 체온계를 하나 줬나. 안 줬다”고 했다. 이어 “다른 나라 같으면 마스크 안 사 주고 마스크 써라, 안 쓰면 집 앞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폭동이 난다”며 “그만큼 우리 국민이 위대한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재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역 책임론을 언급한 것이다.

경주 이씨 발상지 찾아 "대선 출마합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아내 김혜경씨가 10일‘경주 이씨’발상지로 알려진 경북 경주‘표암재’에서 조상들에게 대선 출마를 고하는‘알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어 “저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며 “이재명이 만들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이 오로지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서만 쓰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워크숍을 열고 “우리가 스스로 이재명이 되자”는 결의를 다졌다. 이 후보가 “당을 완전히 바꾸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초선 의원들이 당 혁신과 대선 승리의 주역이 되어달라”고 당부한 뒤 생긴 행사였다. 이 후보는 이날 김영진 사무총장이 대신 전한 인사말에서도 “당을 완전히 바꿔 나가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며 “혁신은 결국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당원을 위한 민주 정당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의 민주당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확 바꿔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운영위원장 고영인 의원은 “우리 초선들은 현 정부와 당원과 지지자로부터 가장 큰 혜택받은 선택된 정치인이라는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제 초선 의원들이 스스로 이재명이 되어 대선 승리의 선봉장이 되자”고 화답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강연을 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초선들을 향해 “정권 교체 대 정권 재창출 구도가 ‘55대35′로 완강하게 유지되고 있고 이 격차는 승패의 강력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여기에 기득권 엘리트 구조에 대한 2030의 분노가 중첩된 상황으로 강력한 변화의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정권심판론이 국민 여론의 주류여서 이번 선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권심판론을 어떤 식으로든 극복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 후보가 이날 “이재명은 문재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크숍 후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권을 심판해야 해서 이재명을 심판하면 심판이 되나, 속이 시원하나”라며 “이재명을 안 찍으면 정권이 심판이 되냐.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