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전 전 대통령 빈소는 부인 이순자 여사와 장남 재국, 차남 재용씨가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조문을 마친 뒤 “유엔 사무총장이 된 이후 전 전 대통령과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고인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반 전 총장은 “여러 가지 공과(功過)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용서를 빌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인을 보좌했던 5공 출신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회고하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5공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용갑 전 의원은 조문 후 “아무리 나쁜 짓을 했다고 해도 국민이 포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책임론에 대한 용서를 참모로서 대신 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전 의원은 그러면서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수용을 발표한 ‘6·29 선언’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이 (노 후보를) 직접 설득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여당인 민정당은 내각제 개헌을 계속 주장했고 야당은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했다”며 “6월 항쟁 이후 대치 정국을 방치하면 나라가 어려워지겠다고 판단해 전 전 대통령에게 ‘내각제를 포기하고 직선제를 해야겠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그렇게 보고하니 전 전 대통령이 ‘좋다, 특명을 내릴 테니 노태우 부하에게 가서 설명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6·29 선언 기획자가 전 전 대통령인지, 노 전 대통령인지 양측 주장이 엇갈리지만, 직선제 수용을 전 전 대통령이 결단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의원 주장으로 보인다.
전두환 정권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박철언 전 의원은 “집권 과정에 엄청난 어려움과 과오도 있었지만 재임 기간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 88 서울올림픽 유치 등을 해냈다”며 “한 시대가 끝났는데 어둡고 아픈 역사는 다 떠나보내고 모두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도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 고문은 “저는 전두환 정권 때 두 번이나 감옥에 갔던 사람”이라며 “전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한 일은 역사적 심판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으니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조문하는 것이 마땅한 예의라는 차원에서 왔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차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조문을 하고 “죽음이라는 게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도 24일 전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공식 애도 메시지를 냈다. 이날 지지통신과 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 전 대통령의 별세에 “애도의 뜻을 표시하는 동시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1984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일본을 공식 방문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로 빈소에 배달된 근조 화환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보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철거됐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 측은 이날 오후 4시쯤 박 전 대통령 명의의 근조 화환을 새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