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당 선대위에 참석해 “오늘은 새로운 민주당의 첫 1일 차”라고 했다. 선대위 쇄신 전권을 넘겨받은 그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반성’이라는 낱말을 8차례 언급하면서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됐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는 모양새였다. 당 안팎에선 “이 후보 말대로 당이 잘못했다면 당 지도부라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에서 발언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이날 선대위 회의는 ‘전(全)국민 선대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열렸다. 당 지도부부터 서열 순으로 줄줄이 발언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들과의 간담회로 진행됐다. 터틀넥 스웨터 차림의 이 후보는 배석한 청년들에게 “역사상 가장 취약한 계층을 만들어버린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했다. 전국순회 도중에 만난 상인이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소개하는 대목에서 울먹이기도 했다. 몇 차례 헛기침을 한 뒤 이 후보는 “그런 분들의 눈물을 가슴으로 받아 안고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스스로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했던 대장동 사태에 대해서도 " (제가) 책임이 없다고 말한 자체가 잘못이라고 인정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회의에서 책임(13회), 반성(8회), 사과(4회)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말했다. 민주당을 ‘반성하는 정당, 민생·실용 정당,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이 민주당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기대했던 변화를 추구하는 당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변화’도 6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죄송하다. 어제 일정이 너무 빼곡해서 못 봤다”고 답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며 양해하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에 나와 “여야 대선 후보가 더 나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국민께 약속 드리고 공약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평가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에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풍운동 연대’라는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영길 대표는 민주당을 자기 당으로 만들겠다는 이 후보에게 당을 통째로 내주었다”며 “송 대표 탄핵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선대위 물갈이’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원팀’을 기조로 구성된 선대위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심이 떠나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일자리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라며 “외부 인사로 선대위 꾸리고 의원들이 모두 지역구로 하방(下放)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했다.

구체적인 쇄신안의 청사진조차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김한정 의원은 송 대표 등을 겨냥해 “긴급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는 의원들이 안 뛴다고 타박하고, 10여분 일장 연설하고, 선대위 전권을 후보에게 일임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자기 이야기는 없다”며 “평소 ‘선당후사, 살신성인’ 강조하던 분 아니셨느냐”고 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마지막 5학년(50대)을 불태우기 위해서 이번 선대위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른바 ‘3김(김종인·김병준·김한길)’ 영입에 맞서 젊은 선대위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선 이 후보의 선대위 인적 쇄신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과는 거리가 있는 외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친문이 아닌 이재명 본색(本色)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대위가 구성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