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야당의 ‘대장동 특검’ 요구와 관련,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검 불가’를 고수하던 이 후보가 ‘조건부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국민 눈속임을 하려는 것이냐”면서 “지금 당장 특검을 도입해 국민적 의문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 특검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저는 부정·비리에 대해서는 엄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점을 오랫동안 스스로 실천해왔다”고 했다. 그는 “대장동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라며 “첫째로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께서 이 사건 주임 검사일 때 대장동의 초기 자금 조달 관련 부정·비리를 알고도 덮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점에 대해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이 부분도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부족하다면 이 역시 특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대장동 사업 초기 자금을 빌려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불거졌을 때 주임 검사였던 만큼 부실 수사 여부를 특검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최근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동시에 특검을 도입해 수사하자는 윤 후보 제안에 대해선 “윤 후보께서 특검을 빙자해 수사를 회피하고 지연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의혹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윤 전 총장 본인, 가족의 부정부패는 지금 단계에서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제대로 된 수사를 회피하고 지연하려는 의도”라면서 “우리는 ‘고발 사주’ 특검을 받을 테니, 이 후보도 대장동 의혹에 당당하다면 특검을 당장 받으면 된다”고 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조건부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힌 이날 민주당 지도부도 야당과 특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그동안 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를 못 하고 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여야 협의를 통해서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특검 즉각 도입’을 주장하는 데 대해 “야당의 요청을 받아보겠다”고 했다. 그는 “야당과 대화를 본격적 시작하겠다는 뜻이냐”는 물음이 이어지자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간 국민의힘의 대장동 특검 요구에 대해 “정치 공세”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날 이 후보 발언을 기점으로 ‘조건부 특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야권은 “국민 눈속임용 조건부 특검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검사 시절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윤 원내대표가 자금 사용처 수사를 강조한 것은 수사의 초점을 대장동 사업 설계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에서 윤 후보나 법조인 관련 문제로 돌리려는 의도란 주장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대장동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민주당이 ‘조건부 특검 수용’으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국민은 지금 당장 특검이 시작되길 원한다”고 했다. 윤 후보 측도 “지금 수사 상황에 비춰보면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고 특검을 논의하자는 것은 사실상 증거인멸이 이뤄지길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면서 “조건부 특검은 특검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도 “대장동 검찰 수사는 수사 의지를 의심받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미진하다”면서 “그런데 미진하면 특검받겠다는 것은 안 받겠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윤 후보도 ‘쌍특검’받겠다고 했으니 이 후보가 이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