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맨 아랫줄 오른쪽에서 둘째)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성동구 패스트파이브 서울숲점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참석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이 후보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제삼자 입장에서 지적하고 불만 갖는 것을 넘어 직접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야당에 양다리 걸쳐도 괜찮다”고 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매주 만나서 1대1 정책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특정 주제를 두고 일주일에 한 번 둘이 만나 ‘끝장 토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 후보 측의 국면 전환 전략”이라는 말이 나왔다. 30% 안팎의 ‘박스권’에 갇힌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윤석열 후보의 경선 후 컨벤션 효과를 최소화하려 자신들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정책 토론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각자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과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 목적은 민생,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걸로 생각한다”며 “이 나라 미래를 놓고, 국민들 삶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할 일대일 회동을 제안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 각자 가진 철학, 비전 정책, 실력과 실적을 수시로 대비하고 논쟁할 장으로 주 1회 정도 정책 토론의 장을 가져보자”고 했다. 정책 토론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선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통해 입법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 후보는 “우리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중시해야 한다. 보복보다는 민생을 더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反)문재인’ 기치를 내걸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집중 비판하는 윤 후보를 ‘보복의 정치’로 규정하며 자신은 민생과 미래 의제에 집중하는 후보로 차별화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4년 등 10년 넘는 행정 경험이 있는 만큼 정치 신인인 윤 후보보다 정책적 역량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훨씬 높다는 점에 기대 매사를 정치적 언어와 프레임을 동원해 공격할 텐데 제대로 된 대결을 하려면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우린 이미 경제·외교·안보·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 토론을 거듭할수록 준비된 이 후보와 준비가 덜 된 윤 후보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확정 전까지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후보가 지난 5일 후보로 확정되자, 이후 일부 조사에서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후 홍준표 의원을 주로 지지했던 2030 청년층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도 지지율 정체 국면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성동구의 한 공유 사무실에서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선대위도 좀 참여해달라”며 “야당 선대위에 양다리를 걸쳐도 괜찮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청년 대책과 정책 토론,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등으로 득점을 늘려가는 한편 추가 실점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식 석상에서 준비된 발언 외에는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최근 ‘음식점 총량제’ ‘오피스누나 확끄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8일 세 차례 현장 일정을 소화했지만, 단 한 차례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호원이 질문하는 기자를 막으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취재진의 질문에 즉석으로 시원하게 답변을 해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날은 “사이다가 고구마가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후보 측 의원은 통화에서 “후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의도한 대로 해석되지 않을 여지가 있으니, 대선 후보가 된 만큼 말에 신중을 기하는 게 맞는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