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2월 결재한 ‘대장동 개발 사업 법인에 대한 출자 승인 검토’ 보고서가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시한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성남시는 2014년 12월 말까지만 해도 대장동 사업 재원을 중앙정부 국고 지원과 지방 자체 재원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사실상 1안(案)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한 용역 결과가 나오자 성남시가 민관(民官) 합작 성격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추진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본지가 입수한 성남시의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 개발 사업 개발 계획 설명서’를 보면, 대장동 사업 재원과 관련해 “기본적인 재원 조달은 중앙정부의 국고 지원과 지방 자체 재원, 차입 등을 통하여 하되, 민간 자원 조달 방안도 검토 중(SPC 설립)”이라고 돼 있다. 정부·지자체 재원을 기본으로 하고 대장동 개발 모델이 된 특수목적법인 설립은 2안에 가까웠던 셈이다. 이 설명서는 2014년 12월 22일 작성됐다.
그런데 이 설명서 작성 9일 후인 12월 31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대장동 사업 SPC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을 맡겼다. 성남에 본부를 둔 재단법인인 이 연구원은 연구 시작 22일 만인 2015년 1월 22일 SPC 설립을 통한 민관 합작 개발이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그때부터 11일 만인 2월 2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보고한 SPC 설립 승인 검토 보고서에 자필로 결재 서명을 했다.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 사업 추진에 따른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승인 검토 보고’ 문건이었다.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당시 이 시장에게 보고한 출자 승인 근거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의 SPC 설립 타당성 검토 보고서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대장동 사업 타당성 NPV(순현재가치), IRR(내부수익률), B/C(비용편익분석), 취업유발효과 수치 등이 똑같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용역을 수행한 한국경제조사연구원 A 총괄본부장은 2010년 12월 조직된 ‘성남정책포럼’ 공동 대표를 지낸 인물”이라며 “A 총괄본부장은 연구원의 연구 전반을 관할하기 때문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용역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성남정책포럼 공동 대표 중 한 사람은 김병욱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현재 이 지사 지지 모임 ‘성공포럼’ 대표와 이 지사 대선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 지사의 측근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도 성남정책포럼 고문이었다.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이 수행한 ‘대장동 사업에 대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출자)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은 화천대유 측에서 금품을 받고 수천억원대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지시로 이뤄진 정황이 적잖다.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은 연구 보고서에서 토지 수용 등을 통한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을 50% 넘게 출자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실제 대장동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전체 지분의 ‘50%+1′주를 갖는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설립해 민관 합작으로 추진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성남의뜰 전체 지분의 7%를 보유한 김만배·남욱·정영학씨 등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 위험을 줄이면서 배당금과 분양 수익으로 6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본지가 입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문서를 보면, 공사 전략사업팀은 2014년 12월 8일 대장동 사업 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 추진에 나섰으나 감사팀이 “산출 내역서를 재작성하라”며 반려했다. 전략사업팀은 그로부터 보름 만인 2014년 12월 22일과 26일 조달청 용역 입찰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또다시 공고를 올렸지만 모두 유찰됐다. 결국 전략사업팀은 네 번째 발주 시도 끝에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용역을 맡겼다.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은 그해 12월 31일 연구에 들어가 이듬해인 2015년 1월 22일 연구 보고서를 냈다. 연구 시작 22일 만이었다.
이 연구를 발주한 전략사업팀은 유동규씨가 공사 기획본부장에 부임한 지 두 달 만인 2014년 10월 구성됐다. 대장동 사업 민간 투자자인 남욱·정영학씨 후배인 정민용씨 등 일명 ‘대장동팀’ 멤버가 전략사업팀 소속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전략사업팀이 사업비 1조원이 넘는 대장동 사업 연구 용역을 시간에 쫓기듯 22일 만에 끝내 당시 공사 안에서 석연치 않다는 말이 많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