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곽상도 의원이 2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국민의힘 탈당 6일 만에 의원직도 물러났다. 곽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오해만 더 크게 불러일으킬 뿐 불신이 거두어지지 않아 국회의원으로 더 활동하기 어렵다”며 “곧 대장동 개발사업의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제 집권 여당 의원들도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윤희숙 전 의원이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자 “적어도 부끄러움은 아는 사람들이 정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물러난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한 의원 12명이 모두 의원직을 보유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12명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하면서도 윤미향 의원 등 비례대표 2명에 대해서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명 조치를 했다. 나머지 탈당 권고를 받은 10명의 의원도 모두 탈당하지 않고 당적을 보유 중이다.
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과 윤 전 의원 아버지 문제가 불거졌을 때 “명백한 국회의원 자격 상실” “셀프피해자 코스프레를 멈추라”며 공격했다. 그러나 정작 자당 의원들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3일 구두 논평에서 “여당은 남의 눈의 티만 보고,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가”라며 “염치가 있다면 여당 의원들도 스스로 사퇴하고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은 가족 문제로 의원직을 버렸지만 여당은 본인 비리 혐의가 있는데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의원들이 많다”고 했다.
윤미향 의원은 부동산 문제 외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돈을 가로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운 경력 때문에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는데 바로 그 할머니들이 ‘윤미향이 자기 잇속 챙기기 위해 우리를 이용했다’고 폭로했다. 기소된 혐의만 사기·횡령·배임 등 8개다.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은 자신이 설립한 이스타항공 그룹 회삿돈 55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됐다. 이스타항공은 수개월 임금을 체불하고 대량 해고했지만 이 의원 일가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현재 무소속 국회의원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전방위로 개입했다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에도 현직 민주당 의원들이 있다. 한병도 의원(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8년 2월 송 시장의 민주당 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직을 제안하고 출마 포기를 권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황운하 의원(당시 울산경찰청장)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과 관련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허위 로펌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 의원은 피고인 신분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해 이해 충돌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스타 사태 장본인 이상직 의원도 사퇴하거나 의원직에서 제명돼야 마땅하다”라며 “국회의원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탈당만 한 채 의원직을 유지하고, 당은 탈당을 명분으로 꼬리 자르기 하는 패턴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양당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