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10일 최서원(최순실)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데 대해 “어이가 없다”며 “국정농단 주범에게도 존중돼야 할 명예가 있는지 판단은 국민들의 몫으로 남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일가의 돈의 근원을 밝히려면 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조사하는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8일 국정농단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사진)씨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씨가 안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이진한기자 이덕훈기자

앞서 법원은 은닉 재산 의혹 등의 허위 사실 유포로 피해를 봤다며 최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안 의원은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조계와 야권에선 “자신이 패소한 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이를 뒤집는 입법을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선 캠프에서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법원마저도 최순실의 명예 회복을 도우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말도 안 되는 고발에 관심을 두지 않아 변론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천문학적 액수의 은닉재산이 존재한다는 안 의원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는 취지로 이번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안 의원이 2017년부터 제기한 수조원대의 해외재산 은닉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안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미국 프레이즈 보고서에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자금이 8조9000억원,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300조가 된다”며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다.

‘최순실 은닉재산 300조원 설(說)’로 인해 가짜뉴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최순실 재산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보다 많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자 안 의원은 “박정희 통치자금이 300조원 이라고 추정했더니 일각에서 ‘최순실 은닉재산 300조’로 날조하여 극우진영에서 반복적으로 가짜뉴스로 유포되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과 관련해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의원이) 박정희 정부에서 수백 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축재가 일어나고 그것을 최순실씨가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해서 일파만파로 번졌다”며 “민주당은 언론에 입은 피해의 5배 보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당(自黨) 국회의원에 의한 가짜 뉴스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건지 살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논란이 됐던 안민석 의원 언행

야권은 “안 의원의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별다른 근거 없이 상습적으로 가짜 뉴스를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라며 윤지오씨 후원 의원모임을 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회에서 간담회까지 열고 “윤씨의 방패막이가 되겠다”며 경쟁적으로 지원을 약속했었다. 이후 윤씨의 거짓 증언이 기정사실화하자 안 의원은 “윤지오 증인을 도운 것이 국민 판단을 흐리게 했을 만큼 국민이 어리석지는 않다고 저는 믿는다”고 했다.

5선 중진인 안 의원은 과거 거친 언행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경찰들에게 전치 2~3주의 부상을 입히는 폭행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는 민주당 책임론과 관련해서 “한 번만 더 들으면 100번 듣는 것”이라며 “진작에 해방됐는데 자꾸 일제시대 이야기를 한다”는 말로 구설에 올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은 일단락됐다는 취지로 해석되어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안 의원은 민간 투자자 A씨에게 “X탱이가 답이 없네”라는 욕설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가 항의하자 안 의원은 “후배에게 보낸 것이 잘못 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왼쪽) 의원이 2019년 4월 국회에서 열린‘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서 윤지오씨와 나란히 서 있다. 윤씨는 당시 억대 후원금을 모았다가 기부금 전용이 불거지자 캐나다로 도피했다. /이덕훈 기자

최순실 개인을 겨냥한 안 의원의 특별법 제정도 논란거리다. 안 의원은 이번 손해배상 소송 결과에도 불구하고 “본질인 최순실 은닉 재산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 비밀 은행에 숨겨진 돈은 1970년대부터 추적해야 하는데, 최순실 일가 돈의 근원을 밝히려면 특별법(일명 최순실 은닉재산조사 및 몰수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안 의원은 민주화 유공자 배우자와 자녀 등에게 교육·취업·의료·대출 지원을 하자는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무분별한 특별법 제정 시도에 대해 법조계에선 “특정인을 처단하거나, 특정 집단에 보상하려 걸핏하면 입법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는 반론을 듣기 위해 안 의원에게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안 의원은 현재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특보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끝내 최순실의 해외 은닉 재산을 밝히지 못할 듯하다”며 “이번 대선으로 검찰 개혁, 사법 개혁, 언론 개혁과 더불어 해외 은닉 재산 환수를 완수하는 정부가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