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9일 여야 원내대표가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오히려 “당이 (청와대에) 기속된 것 아니다”라며 “(처리를) 더 늦추면 대선 정국에 부담이 된다”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이상민·노웅래·조응천·이용우·오기형 등 여당 의원 10명을 ‘언론 10적’이라고 부르며 문자 폭탄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더라도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민주당이 곧바로 법안 단독 처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만 “30일 의원총회 등에서 반발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상정 여부에 대해 내일 오후 4시에 (야당과) 최종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견 접근은 없었다”고 했다. 30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5시로 순연됐다.
여당 지도부는 여전히 법안의 조속한 강행 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국민이 준 책무를 다할 것”이라며 “언론중재법 등 민생 개혁 법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일부 언론이 청와대의 신중론과 여당 내 기류 변화로 법안 처리가 미뤄질 수 있다고 보도하자,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는 법안 상정이 30일에서 미뤄져도 하루 이틀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30일 언론중재법 처리를 막으려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해도 국회법상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 자정까지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9월 1일부터 새로운 정기국회가 열리면 민주당은 언제든 언론중재법을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 강성 당원들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부정적인 조응천 의원 등을 ‘언론 10적’이라 부르며 휴대전화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냐’는 등 문자 폭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영길 대표가 법안 처리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언론중재법을)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했다”며 “30일 본회의 처리가 어려우면 여하튼 9월 초에라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국경없는기자회의 비판 성명에 대해 “뭣도 모르고”라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송 대표는 특히 청와대의 강행 처리 우려 기류에 대해선 “(청와대가) 의견을 제시할 순 있지만 우리가 거기에 기속(羈屬)된 것은 아니다”라며 “더 늦추면 대선 정국에 부담이 된다”고 했다. 사실상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청와대에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유튜브 가짜 뉴스 규제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송 대표는 본회의가 열리는 30일 밤엔 TV에 출연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함께 언론중재법 끝장 토론도 할 계획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이에 대해 “(정치적으로) 불리한 점이 더 큰데도 대선 전에 이렇게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본인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론의) 피해자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국 사태, 4월 보궐선거 패배 등을 거치며 언론에 대한 피해 의식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정국 파행과 여론 역풍을 감안해 법안 상정 자체를 미루고 냉각기를 갖자는 의견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 재선 의원은 “숙의 기간을 충분히 갖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원내 지도부에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기에 기자협회 등 언론 단체 5곳이 주장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한 합의안 도출 후 법안을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대선을 앞두고 왜 중도층을 돌려세워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걱정도 많다”며 “30일 본회의 전에 열리는 의원총회 등을 거치면서 최종 방침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