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새벽 4시쯤 국회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정의당도 “언론장악 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25일 오후 2시 열리는 본회의에서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의 힘을 동원해 밀어붙일 태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25일 본회의 때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할지 여부를 두고 “야당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더라도 7일 정도 연기되는거 말고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어서 실리면에서 고민스럽다”며 “필리버스터를 할지 말지 좀 더 논의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 달 1일 정기 국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표결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최대 7일만 미룰 수 있다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국회법상 본회의에서 표결이 미뤄진 법안은 바로 다음 정기 국회에서 표결에 들어간다. 필리버스터는 정치적 행동일 뿐 실제 법안 저지 효과는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지난해 공수처법, 국정원법,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강행 처리하면서 야당 반대를 묵살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각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표결 시도를 막았지만, 민주당은 이를 강제 종료하거나 국회 회기 변경 수법을 동원하며 무력화했다. 현행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서명으로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24시간 뒤 무기명 투표를 진행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이 찬성할 경우 필리버스터는 강제로 종료된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막지는 못하겠지만 필리버스터를 이용해 국민적 관심을 모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야당 의원은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마지막까지 목청껏 연설하겠다”고 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의회에서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의사 진행을 늦추기 위해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 발언 시간을 규정하는 국회법 조항 신설로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재도입됐다. 국내 국회법에선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수 있다. 자리를 비우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도 금지된다. 지난해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며 첫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섰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응급 상황에 대비해 기저귀를 차고 연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