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간 싸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재명식 보은 인사’라고 비판하자, 황씨가 “이낙연 측 사람들은 인간도 아닌 짐승”이라고 한 데 이어 18일에는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고까지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선을 심하게 넘었다. 이런 오만이 있느냐”며 분노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이 지사는 황씨 내정을 철회하라”며 가세했다. 송영길 대표도 “황씨의 발언이 금도를 벗어났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경기도의회 판단에 따라 황씨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황씨는 18일 페이스북에서 “오늘부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저는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되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경기도 의회의 인사청문회 이전까지 ‘이낙연 공격’에 몰두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이 전 대표 측이 황씨가 일본 음식을 높게 평가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 사장이나 하는 게 낫다”고 하자, “네거티브의 희생양이 될 생각이 없다”며 반격한 것이다.
황씨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친일 프레임은 ‘일베’(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다. 이낙연씨 일베냐”며 “이낙연씨는 저한테 인격적 모독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치인 제복인) 연미복 입은 한국 정치인들 중 역시 이낙연이 제일 잘 어울린다. 친한파 일본 총리 하시면 딱 좋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2019년 일왕 즉위식에 연미복을 입고 참석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황씨는 당 일각의 자진 사퇴 요구에도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는 제가 제 능력으로 확보를 한 권리”라며 “대통령 할아비가 와도 난 내 권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금도에 벗어났다”고 비판한 송영길 대표를 향해서도 “제가 괜히 그런 말을 했나”라며 “유력 정치인이 제 직업 생명을 끊겠다고 덤비니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씨가 이 전 대표를 향해 ‘짐승’ ‘일베’라며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붓자, 이 전 대표 캠프 측 설훈 의원은 “불공정 논란을 성실하게 해명해도 모자랄 판에 이낙연 대표 정치 생명을 운운하느냐”며 “오만도 이런 오만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운현 공보단장은 이 지사가 이 전 대표의 공약을 칭찬하며 ‘원팀 정신’을 강조한 것을 두고 “가만히 있는 사람 뺨 때려놓고는 사과도 하지 않고서 갑자기 손 내밀며 화해의 악수를 하자는 꼴”이라며 “대체 뭘 믿고 이런 경거망동인가. 혹시 지지율에 취해 이미 대통령이 다 된 걸로 착각이라도 한 건가”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황씨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민주 진영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었다”(정세균 전 총리), “섬뜩한 표현으로 갈등을 격화시킨다”(박용진 의원)며 황씨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황교익 논란’이 민주당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지사 측은 이날 “경기도의회가 반대하면 내정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씨에 대한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30일 열린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은 ‘경기도 재난지원금 100% 지급’ 논란을 두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국회나 정부는 재난지원금이라고 부르는데 (이 지사가) 이름도 굳이 ‘재난기본소득’이라고 붙였다”며 이 지사가 전(全)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자신의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을 의도적으로 어필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친문(親文)계 홍영표·김종민 등 민주당 의원 20명이 ‘기본소득 끝장토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도 “우리 복지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토론이 아니라 ‘기본소득 성토대회’를 열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친문 의원들을 향해 “이재명을 반대해도 좋으니 중립적인 척하지 말라”고 했다. 이 지사 캠프 정무특보단장인 김우영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도 “다분히 반(反)누구(반이재명)의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