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갈등이 ‘통화 녹음’과 ‘폭로전’이라는 구태(舊態)로 흐르고 있다. 원 전 지사가 18일 ‘윤석열은 곧 정리될 것’이라고 이 대표가 발언했는지 통화 내용 공개를 요구한 것은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 갈등의 연장 선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에선 이 대표가 ‘공정한 경선 관리’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윤 전 총장 견제가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쪽에 가세한 일부 당내 세력이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탄핵 이후 국민의힘 권력의 중심이 붕괴한 상황에서 대선을 계기로 주도권을 쥐려는 싸움이란 시각도 있다. 여당은 “ 죽기 살기식 진흙탕 싸움” “봉숭아학당”이라며 야당 내분을 비판했다. 김웅, 조태용, 김형동 등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은 성명을 내고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을 것”이라며 “혁신을 통해 다시 하나의 길로 가자”며 자성을 촉구했다. 명분 없는 당내 싸움을 계속하면서 어떻게 정권 교체를 설득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의 갈등은 윤 전 총장이 지난달 말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본격화했다. 윤 전 총장은 원래 8월 하순쯤 입당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지만,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세가 “위험하다”며 조기 입당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서울을 비운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협의 없이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입당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양측이 합의한 입당 날짜를 이 전 대표 측이 유출했다고 봤고, 이 전 대표 측은 윤 전 총장 측 내부 갈등 와중에 입당 날짜가 드러났다고 의심했다. 이후 양측의 긴장 상황은 대선 주자 봉사 활동, 토론회 참석 등을 두고 거의 매일 이어졌다.
윤 전 총장 측과 일부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과도하게 경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윤 전 총장 측 한 의원은 “역대 대선 경선 때 어느 당대표가 지지율 1위 주자에 대해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느냐”고 했다. “당대표도 잘못하면 탄핵되는 것”이란 신지호 전 의원 발언도 이런 불만에서 나왔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다른 누군가를 후보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사석에서 “이 대표가 대선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주자’ 자리를 노리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이 대표가 취임 후 당내 인사들을 겨냥한 내부 투쟁에 몰두하면서도 대여(對與) 투쟁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게 그 방증이라고 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 대표는 취임 후 페이스북 글을 180여 건 올렸는데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글은 20여 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공격을 당내 구(舊) 주류의 ‘이준석 흔들기’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세론과 지역주의를 좇는 윤 전 총장 주변 일부 의원이 당 운영을 좌지우지하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과 ‘당내 행사 불참’도 이런 중진 의원들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사적 통화를 트집 잡아 당대표를 흔드는 것은 사실상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고 했다.
양측의 충돌은 국민의힘 세력 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이란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국면에서 갈라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세력이 3년 만에 다시 합쳐 탄생한 정당으로,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등 외부 후보들이 입당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지지율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을 끌어들여 엉뚱한 공격을 하고 있다”며 윤 전 총장 쪽에 힘을 실어줬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탄핵 이후 국민의힘 진영의 권력 오너가 사라진 상황에서 유력 대선 주자와 당대표를 필두로 한 세력 간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