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국회에서 ‘임기 내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하는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임기 내에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 19~29세 청년에는 추가로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당초 “월 50만원이 목표”라고 했지만, 이번에 월 8만3300원으로 확 줄인 것이다. 이 지사는 “(비판을 수용한) 정책 개선을 말바꾸기로 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2023년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으로 시작해 임기 말까지 ‘청년 200만원, 전 국민 1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임기 개시 이듬해인 2023년부터 25만원씩 (연) 1회로 시작해, 임기 내에 최소 4회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80만명으로 이들에게 연간 100만원씩 줄 경우 약 52조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20대 인구 약 700만명에게 100만원씩을 더 주면 7조원이 추가로 들어 총비용은 59조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의 국방예산(53조원)보다 많은 돈이다. 2023년에 1단계로 전 국민에게 25만원 주고 청년에게 10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면 이것도 약 20조원이 든다.

이 지사는 “우리 국가 재정 규모가 후년(2023년)이면 600조원 정도로 늘어난다. (지출 조정으로) 3% 수준(20조원)을 확보하는 것인데, 그걸 못한다면 ‘나는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증세를 동반한 본격적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효용과 증세의 필요성을 국민이 체감하고 동의한 뒤에야 가능하다”고 했다. 사실상 ‘증세 없는 기본소득’을 주창한 셈이다. 그는 재정 구조개혁으로 25조원을 마련하고, 각종 조세 감면 제도를 축소해 추가로 25조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그러나 ‘기본소득 탄소세’와 ‘기본소득 토지세’를 거론하며 증세 가능성을 열어놨다. 탄소세는 석유·석탄 등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고, 토지세는 투기용 토지에 대해선 0.5~1%의 세금을 걷는다는 것으로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세와 토지세 같은 목적세는 각각 친환경 지원과 저소득층 주거 안정에 쓰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는 반론도 많아 실제 입법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 지사는 자신의 복지 정책을 “중부담·중복지”라고 주장하면서 “기본소득 때문에 기존 복지체계를 흔들 것이란 걱정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1% 정도인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까지 올리는 과정에서 기존 복지는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22일 부산 연제구의 암환자 회복을 돕는 기관 ‘쉼표’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그러나 이 같은 이 지사의 공약에 대해 여야 모두에서 “꿈같은 얘기”란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앞뒤 안 맞는 기본소득은 최근 도덕성 논란을 덮으려는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위해 쓰여야 할 국가예산을 부자들에게 나눠줘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그 정도 금액은) 수당이라고 불러야 한다. 기본소득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정치적 의도”라고 했다.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용진 의원도 “50조원이 증세 없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50조원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내게 그 돈을 주면 지방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 4개를 더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이날 “지금 빈곤층 지원 생계비가 4조, 전국 대학 등록금을 모조리 합쳐 13조, 노인 기초연금이 19조원”이라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안은) 말 그대로 ‘봄날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세금을 뿌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도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건 뒤 이후 담뱃세·주류세·주민세 등을 인상했다가 민심 이반만 불러왔다”며 “복지 공약에서 ‘증세 없는’ 시리즈는 민심 이반의 보증수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