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를 찾았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첫 대구 방문이다. 윤 전 총장은 작년 초 대구에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여당 일부 인사가 ‘대구·경북 봉쇄’를 거론한 것을 “철없는 미친 소리”라며 “코로나 초기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구는 기득권 보수가 아니라 진보적인 도시”라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이 지나치게 보수화했다는 정치권 일각의 평가에 선을 그은 것이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상대적으로 야권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유권자를 향해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구 달서구에 있는 2·28 민주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기념사업회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내가 생각하는) 보수적이라는 말은 어른을 공경하고 유교 문화가 잘 안착돼 있는 곳이라는 뜻이지 진영에서 보수적이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방 이후 대구 지역엔 진보적인 분도 많았고 ‘한국의 모스크바’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깨친 분이 많았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과 4·19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운동 등이 발생해 대구가 ‘항쟁의 도시’로 꼽힌 것을 거론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기득권을 수호하는 보수는 이 지역에 전혀 없다”며 “대구·경북은 기득권을 타파하고 국민의 권리를 중시하고 나라의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는 아주 리버럴하고 진보적인 도시”라고 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곳이 바로 대구”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는 “공무원 연금개혁 등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했는데 정말 존중받을 만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어 대구 동산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선 작년 초 여권발 ‘대구·경북 봉쇄 발언’에 대해 “우한(武漢) 봉쇄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막 나오는 와중에 대구 시민들이 굉장히 상실감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최대 봉쇄 조치”를 거론해 논란을 빚었다. 윤 전 총장은 “이 지역분들은 ‘힘들지 않으냐’고 해도 ‘죽겠다’는 소리를 잘 안 한다”며 “(코로나)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구에서 애를 많이 쓰셨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이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는 대통령 예비후보 격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믿기 어려운 망언”이라며 “윤석열씨는 대구를 다른 지역과 갈라쳐 지역감정에 불을 붙이려 했다. 그것이 새 정치요, 큰 정치냐”라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대구 시민이 인내심을 갖고 질서 있게, 차분하게 위기를 극복했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두고 여권 인사들이 “퇴행적 노동 인식”이라며 비판한 데 대해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 했다는 식으로 왜곡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2주 전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 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며 “내 발언은 근로자들이 근로 조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갖는 건 근로자들에게도 좋은 건데,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