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자신을 추격하고 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본인 주변부터 돌아보시라”고 했다. 그간 검증 공세에 반응을 자제해오던 이 지사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도 “(이 지사가)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시네요”라고 맞받으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 지사는 이날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저한테 문제 지적을 한 분이 진짜로 측근이나 가족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본인을 되돌아보셔야지, 세상에 문제없는 저에게 그런 식으로 공격하면 이거 말이 되겠느냐”며 “마치 본인은 깨끗한 사람이고 제가 엄청난 부정을 숨기려는 것처럼 제 말까지 왜곡하니까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소명, 반격을 해야 되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측근 인사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받던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을 언급했다. 이 지사는 “그분이 무관한 사람이 아니고 (이 전 대표의) 전남지사 경선 때 가짜 당원을 만들어서 실형 받은 분”이라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먼저 소명하셔야 될 입장인데 뜬금없이 저희 가족을 걸고 넘어지니까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는 이 전 대표 측에서 이 지사 아내 김혜경씨를 ‘혜경궁 김씨’ 건으로 언급한 데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혜경궁 김씨는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으로, 강성 친문 지지층 일각에선 이 계정의 주인이 김혜경씨라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수도권에 비해 영남이 역차별받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이 전 대표가) 말을 살짝 비틀었다”며 “지역감정을 왜 조장하느냐는 말을 하면서 사실은 지역감정을 조장했던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둘러싼 ‘형수 폭언’ ‘여배우 스캔들’ 의혹은 종전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제가 형수님한테 욕한 것이 녹음이 되어서 다니지만 어머니에 대한 폭행, 이런 문제들 때문에 벌어진 다툼이었다”며 “그것을 굳이 얘기하자면 머슴이 집안싸움 하다가 옷에 뭐가 묻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직접적인 답변을 피해왔던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서도 “제가 치욕을 무릅쓰고 언론을 대동해 피부과, 성형외과 전문가의 검증에 응했다”며 “그분(여배우 김부선)이 두 번이나 제게 사과했다”고 했다. 특정 부위에 점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병원에서 신체검사 받았던 일을 다시 거론한 것이다.
이 지사가 그간의 ‘전략적 인내' 기조에서 벗어나 ‘사이다’로 회귀한 데는 최근 지지율 추이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본인의 지지율은 정체 상태인 반면 이 전 대표는 상승세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난타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의 공세에 대해 “권투하는 데서 발로 차니까 제가 부상을 입었다”며 “쏘는 맛은 조금 줄여서 원래 (사이다)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지사의 태세 전환에 이 전 대표는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시다”며 “(저의) 지지율이 조금 올라간다고 그걸 못 참고 벌써 그러시는가 싶다”고 응수했다.
이 지사가 옵티머스 사태 등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검증과 네거티브는 구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일일이 다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히면서 “시간이 갈수록 국민께서 후보자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되면 판단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지사에 대한 추가 공세도 시사했다.
이낙연 캠프는 “이 지사가 양강 구도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이 지사뿐만 아니라 나머지 후보들까지 나서서 우리를 협공하는 것에 오히려 기분이 좋다”면서 “그만큼 이 전 대표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고 챔피언의 모습을 갖춰간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했다.
이낙연 캠프 내에서는 “강대강으로 응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운현 캠프 공보단장은 이 지사의 ‘가짜 약장수’ ‘바지 탈의’ 발언들을 되짚으면서 “상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또 “품격 있는 정치인이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 안 할 말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캠프의 한 의원은 이 지사를 겨냥해 “마치 게임하는 것처럼 수비하다가 하루아침에 공격으로 바꾸는 모습”이라며 “스스로 불안한 후보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