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주자 배우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이 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와 관련된 논란에 “가급적 검증은 후보자 본인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하자 이 전 대표는 “가족에게도 엄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정세균 전 총리도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증은 정권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직결된 문제”라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부터 후보자를 6명으로 좁히는 컷오프(예비경선)를 시작해 11일 6명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2021.07.08./국회사진기자단

김건희씨는 과거 ‘쥴리’란 이름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여권의 집중 검증 공세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여권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이 지사는 11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 논란과 관련해 “결혼 전 문제까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물론 아내가 부정한 행위를 했는데 비호했다면 후보 본인의 문제”라며 “가급적이면 본인의 문제로 한정해서 무한 검증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당 컷오프(예비경선) 결과 발표 후에도 기자들에게 “결혼 전 일을 결혼 후 남편이 책임지게 하면 그건 좀 심하지 않나”라며 “결혼 전 일들이 결혼 후까지 이어져서 본인이 책임질 만한 상황들이 있었다면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이런 입장을 두고 정치권에선 “뜻밖”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 지사는 그동안 ‘김빠진 사이다’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여권 대선 주자들에 대한 공격은 자제했다. 하지만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실제로 이 지사는 최근 윤 전 총장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해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자 “일본 극우의 논리로 원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다”며 맹공을 가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윤 전 총장 아내 검증 문제에 대해 유화적이란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우리가 與대선 경선 후보” -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후보 6명이 1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주먹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 이낙연 전 당대표, 정세균 전 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추미애 전 법무장관. /연합뉴스

여권 일각에선 이 지사의 이런 태도가 본인의 아내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지사가 도지사에 처음 출마한 2018년 친문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주인이 이 지사 아내 김혜경씨라고 주장하며 ‘후보 사퇴’와 ‘출당’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며 “영부인에게 인력과 예산이 지원되는데, 이건 (이 지사의) 무슨 오지랖이냐. 쥴리는 든든한 호위무사가 생겨서 좋겠다”고 했다. 이 지사가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혜경궁 김씨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려고 윤 전 총장 아내 의혹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 전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가족은 국가의 얼굴”이라며 “사생활은 보호해야 옳지만, 위법 여부에 대해선 엄중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에도 윤 전 총장 아내 관련 의혹에 대해 “그런 상태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제 상식으로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이 지사의 말씀은 조국 가족을 탈탈 털던 윤석열씨의 아내와 장모 비리를 덮고 가자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대선에 나선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 논란을 덮기 위해 이런 발언을 했겠나”라며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