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재난지원금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재설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주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방역 상황이 악화하면서 소비 진작 목적의 재난지원금보다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피해 계층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이날 피해 지원론이냐, 전 국민 지급이냐를 놓고 충돌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다시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이 무책임하고 철없지 않다”며 “지난 2월 경기도 재난소득을 지급할 때도 ‘돈 쓰러 다니느라 감염 더 되면 책임지라’고들 했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고 했다. 이 지사 측 박성준 대변인은 “전쟁 중에도 소비는 해야 한다. 국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콩 한쪽도 나누는’ 사회적 연대가 살아있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언급하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먹고 사는 문제는 평시와 전시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를 향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거두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국회는 이번 추경안의 상생 지원 10조4000억원을 피해 지원과 손실 보상으로 전면 전환할 각오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와 범위 논쟁은 그 다음”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추경에 접근하는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재난지원금 예산은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피해가 큰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보강, 고용 지원 예산 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추경안의 재설계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
정부와 민주당은 이날 저녁 고위 당정협의에서 달라진 코로나 상황에 따라 2차 추경안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피해 계층이 많이 생기니 지원 형태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상황이 바뀌었으니 추경안도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당정이 협의한 2차 추경안에는 소비 진작용 재난지원금에 10조4000억 원, 소상공인 지원에 3조9000억 원이 투입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발령을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산정한 것이어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방역 조치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피해 계층 지원을 두텁게 하고, 소비 진작성 예산(카드 캐시백·추가 소비 쿠폰 발행)은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8일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가족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신 분들에게 조금 더 양보해달라”고 했다.
앞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무게를 실었던 당 지도부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9일 당 회의에서 “최근 변화되는 상황, 세수 상황을 점검해 가능한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급 대상을 ’80%+α'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당 지도부 관계자는 “방역 상황이 바뀐 만큼 재난지원금, 피해 지원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실시하는 33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세부 예산별 대폭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