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부동산개발업자 김모(40)씨가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일대 토지를 매개로 사실상 부동산 동업 관계였다는 의혹이 28일 제기됐다. 지난해 김씨가 대표로 있는 부동산 업체가 45억원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김 전 비서관의 송정동 땅을 담보로 잡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김씨와 부동산 개발 동업자들은 김 전 비서관 토지 주변부를 무더기로 매입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거래 내역만 놓고 보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부동산업자가 사실상 ‘투기 동업(同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면 전남 순천 출신인 부동산개발업자 김씨와 동업자들은 2017년 6월 13일 송정동 일대의 땅을 일제히 사들였다. 이들이 김 전 비서관에게 송정동 413-159 토지 지분을 모두 넘긴 날에 인근 토지들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이 ‘사정이 어려운 지인’이라고 한 김씨는 413-158번지(1158㎡·약 350평)를 샀다. 김씨가 대표로 있었던 순천 소재 부동산개발업체 사내이사 이모(45)씨, 또 다른 사내이사 이모(53)씨도 같은 날에 송정동 주변부 땅을 집중 매입했다. 김 전 비서관과 순천·여수 출신 부동산 개발업자 3명이 같은 날 송정동 일대 땅 1500여평을 한꺼번에 산 셈이다. 김 전 비서관은 2006~2009년 순천지청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이들이 집중 매입한 송정동 일대 토지는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盲地)’였지만 송정도시개발구역과 1㎞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경기도의 한 부동산개발업자는 본지 통화에서 “개발 이익을 노린 프로 투기꾼들의 솜씨”라면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이 무리에 끼어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부동산개발업자 김씨는 지난해 4월 광주 새마을금고에서 약 31억원, 같은 날 하남 새마을금고에서 14억원 규모의 대출도 받았다. 김씨는 대출 과정에서 1361㎡(약 412평) 면적의 김 전 비서관 송정동 땅을 담보로 잡았다. 김 전 비서관이 시세 약 12억원에 달하는 자기 땅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김씨의 수십억대 빚을 그대로 떠안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남의 땅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면 땅 주인의 담보 제공 동의서는 필수”라면서 “만약 김씨가 대출을 갚지 못한다면 김 전 비서관 땅이 경매로 넘어가기 때문에 ‘특수 관계’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 담보를 내주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부동산 서류에는 두 사람이 송정동 413-159번지 토지의 옛 주인·현 주인으로만 되어 있다. 김 전 비서관은 2017년 4~6월 김씨로부터 송정동 땅을 매입한 배경에 대해 “사정이 어려운 지인 요청으로 부득이 샀다”고 했었다. 김 전 비서관이 급전이 필요한 김씨 요청으로 토지를 사줬고, 여기에 더해 이 땅을 담보로 45억원대 대출까지 받을 수 있게끔 보증을 서줬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광주·하남 지점 두 곳 모두 제출된 대출 관련 서류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씨가 대출받는 과정에서 김 전 비서관 조력(助力)이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비서관과 부동산개발업자 김씨, 이씨 등은 지난해 11월 광주시청에 “오수관(汚水管)을 설치해달라”는 민원도 함께 제기했다. 김 전 비서관 주거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송정동 일대 토지 가치를 올릴 목적의 민원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난 25일 공직자 재산 공개를 계기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비서관은 김씨와 수상한 거래 흔적이 남아있는 송정동 413-159번지 땅은 ‘보유 토지’로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컨테이너 하나만 땅 위에 올려두고 ‘공실 상가’로만 신고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전 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흔적을 감출 목적으로 ‘위장 신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부동산 실명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 전 비서관 사건을 경기남부청에 배당했다. 본지는 해명을 듣기 위해 김 전 비서관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