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희룡 제주지사와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검증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의 정치적 ‘구원(舊怨)’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원희룡 제주지사와 홍준표 의원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야권 후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고 밑자락을 깔더니 홍 의원을 지목해 ‘이 파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홍 의원은 보수의 맏아들이라면 송 대표와 여권의 이간계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찰 비판은 하지 않고 검증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권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타격을 입으면 자신에게 이익이 온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남 해코지하는 낡은 정치를 물리쳐야 한다”고 썼다.

그러자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잘못된 것을 보고는 피아(彼我)를 막론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고 한순간 비난을 받더라도 그 비난이 두려워 움츠리지 않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검증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복당한 홍 의원은 다음 날인 25일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을 ‘인터넷 쇼핑몰 신상품’에 비유하며 “신상품이 배송되면 (고객들이) 직접 보고 흠집 있으면 반품하지 않느냐”라며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많은 분이 우려하고 있지만 (나는) 바른길이라고 판단되면 그냥 직진한다. 쟁점을 피하면 비겁한 정치”라고 했다.

원 지사와 홍 의원의 악연은 2011년 두 사람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에 함께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해 7월 한나라당 당 대표로 선출된 홍 의원과 최고위원이었던 원 지사는 당직 인선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자 원 지사는 유승민·남경필 당시 최고위원과 동반 사퇴했고,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