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권에 확산하는 이른바 ‘X파일’ 중 하나의 출처로 확인된 친여(親與)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에 대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도 이 전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대선을 9개월 앞두고 유튜브 기반 ‘유사 언론’들의 마구잡이식 폭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일부 정치 유튜버들이 검증 없이 일방적 주장을 확산하며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계 의혹도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날 “열린공감TV 등에서 제기하는 근거 없는 악의적 루머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다만 지금은 정치 참여 선언을 앞둔 상황인 만큼 (법적 대응)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엔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X파일’에서 제기된 의혹을 누구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못하는 상황만 봐도 실체가 없는 정치 공작이라는 취지다. ‘열린공감TV’는 최근 윤 전 총장 가족과 관련한 의혹을 여과 없이 방송했고, 이 중 일부가 ‘X파일’ 형태로 나돌고 있다.
열린공감TV는 이 전 대표 측에 대해서도 폭로성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에서는 이 전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고맙다”고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에서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며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열린공감TV는 방송을 강행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지인들의 명예를 말살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라며 “모든 수단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고 이후 진행 상황까지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열린공감TV는 강성 친문 지지층을 중심으로 구독자가 25만명에 이른다. 이 전 대표의 법적 대응 방침에 대해 열린공감TV는 “언론의 책무를 다했다”며 “취재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보도했던 것으로 어떠한 ‘저의’도 없다”고 했다.
이낙연 측 “비방하는 유튜버 배후 세력 있나”
친여(親與)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24일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열린공감TV 고정 출연자인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는 이날 올린 영상에서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을 우려해 견제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강 기자는 이날 방송에서도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개인적인 의견과 추정을 언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윤석열의 ‘조국 수사’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과 조 전 장관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이낙연이 보낸 메신저로부터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도 괜찮다는 사인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라는 등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주로 말했다. 해당 영상에는 ‘이게 팩트다! 팩트 기사의 정석이며 찐(진짜) 언론의 모습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는데, 150개 넘는 공감을 받으며 상단에 노출됐다.
이 전 대표 측은 열린공감TV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열린공감TV는 관련 내용을 반복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 세력이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며 “법적 대응을 한다고 해도 이미 정치적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열린공감TV가 이른바 ‘X파일’ 작성 출처 중 하나로 밝혀졌지만, 법적 대응은 시기를 조율해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적 대응에 바로 착수할 경우 정치적 논란이 확산하는 역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공감TV처럼 일부 정치 성향 유튜브 채널은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속이 시원하다” “언론이 숨긴 진실을 전달한다”며 소문을 타면서 대선을 앞둔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논리의 비약, 신뢰할 수 없는 전언 등이 주를 이루지만 비슷한 정치 성향의 시청자들이 여기에 호응하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이를 퍼 나르면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제보를 받았다면서 추가 취재나 당사자 반론 없이 일방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해 의혹을 키우는 행태도 만연해 있다. 구독자 67만명이 넘는 한 유튜브 채널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2년여 전 국회의원 보좌관 신분으로 다른 의원실 인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목격담을 제보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목격담을 전해 들은 제3자의 제보를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발언했다. 이 채널은 김 의원에게서 아무런 반론도 받지 않았다. 김 의원은 거센 비난 여론 속에 탈당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고 지난달 21일 복당했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이 벌어지자 일부 친여 유튜브 채널들은 거짓 정보를 퍼뜨리며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친여 성향 방송기자 출신이 운영하는 한 채널(구독자 42만명)은 당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재련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국장을 지냈다면서 그가 성폭력 정보를 장악해 자신의 입맛에 따라 공개한다고 주장했다. 이 유튜브 채널은 김 변호사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해바라기센터가 노무현 정부 때 설립됐음에도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기초적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유사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숨어 무책임한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유튜브에서 유사 언론의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강진구 기자는 본지 통화에서 “신문과 유튜브라는 매체만 달리 했을 뿐 내가 생각하는 저널리즘 원칙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열린공감TV가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과 가정에 기초했다면 여러 건의 소송 때문에 유튜브 활동 자체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