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 연기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논란이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진영 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정세균 전 총리 캠프에서 20일 “경선 연기 논의조차 못 하게 하느냐”, “전 당원 투표라도 하자”고 협공(挾攻)하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경선이 연기되면 파국으로 갈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송영길 당대표와 지도부는 이날 밤 비공개 간담회에서 의원총회 안건으로 경선 연기 여부를 다룰 것인지 논의했다.

정세균 캠프 대변인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을 그대로 확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완전히 당헌(黨憲)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경선 일정은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 의총에서 논의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는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전 당원 투표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 지사가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인사들을 ‘가짜 약장수’라고 지칭한 데 대해서 “절제되지 않은 막말을 사용하는 경우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도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경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 오영훈 의원은 입장문에서 “지도부가 독단적 결정을 내린다면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광재·김두관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의 대선 주자들도 경선 연기에 공감하면서 ‘반이재명’ 연대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이 의원은 오는 22일 공동 토론회도 열기로 했다.

민주당 당헌은 대선 180일 전에 후보를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오는 9월 9일 이전까지는 대선 후보를 정해야 한다. 오는 11월에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국민의힘보다 두 달 정도 빠른 일정이다.

이 지사 측은 “경선을 연기하는 순간 판이 깨질 수도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이재명계 김병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난해 대통령 후보 선출 180일 규정을 당 대의원대회에서 합의로 결정했는데, 이를 뒤집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의 또 다른 의원도 “말이 좋아 ‘전 당원 투표’지 결국은 친문 강성 지지층에게 결정권을 넘기자는 소리 아니냐”고 했다. 이 지사 외에도 경선 연기 불가론(論)에 동조하는 여권 대선 주자는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이다. “경선 연기로 집안싸움을 벌인다면 민심이 떠나갈 수 있다”는 차원이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 전선이 형성되자 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비공개 간담회에서 경선 연기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지도부는 일단 당내 의원 66명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만큼, ‘오는 22일 전후로 전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쪽에선 “의총 이후 당무위원회 등에서 경선 일정 연기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지만, 송 대표는 “의총이 열리더라도 결단은 내가 내릴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 주에 경선 일정이 확정되더라도 당내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