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e스포츠 경기장에서 ‘롤(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정세균(가운데) 전 총리는 최근 선글라스에 가죽 재킷과 청바지 차림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촬영하는 장면이 공개됐고, 최문순 강원지사는 신인 가수 ‘최메기’라는 캐릭터로 젊은 층에게 다가서려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정세균 전 총리 지지자 SNS·강원도청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부캐(부캐릭터의 줄인 말)’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부캐'는 평소의 자신과 다른 새로운 모습과 정체성을 뜻하는 신조어로 최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다.

‘부캐'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최문순 강원도지사다. 최 지사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에서 곰돌이 티셔츠 차림의 부캐인 신인 가수 ‘최메기(MEGI)’를 처음 선보였다.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 마리 메기처럼 활동하겠다는 취지다. 최 지사는 지난 14일에는 후렴구가 계속 반복되는 노래 ‘걱정 마’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군소 후보로 분류되는 최 지사의 부캐 마케팅은 화제성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근 ‘부캐’ 행보는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 탈피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이 대표는 전날 온라인 게임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석(席)에서 직접 아이디를 생성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붙인 게임 아이디는 ‘여니’였다. 이름 맨 끝 자를 딴 친근한 이미지로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다. 당 관계자는 “‘프로게이머 여니'라는 부캐가 의도치 않게 만들어졌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파격적인 옷차림과 독설 화법으로 요즘 ‘강(强)세균’으로 불린다. 이 또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과거의 온화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일종의 부캐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정 전 총리가 가죽 재킷, 청바지, 금반지 차림으로 동영상 촬영에 나서는 사진이 일부 ‘유출’되기도 했다. 힙합 가수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향후 공개될 동영상의 일부를 노출시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 홍보 방식과 유사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는 이광재·박용진 의원은 ‘본캐(본캐릭터)’로 승부하고 있다. 만 50세인 박 의원이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인기곡 ‘롤린’에 맞춰서 춤추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여권 대선 주자들의 ‘부캐 마케팅’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종전 이미지를 보완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본캐’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권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별도의 ‘부캐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박함과 신선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면서 “국민의힘에선 이준석이라는 MZ세대 ‘본캐'가 있어 젊은 세대를 겨냥한 ‘부캐' 마케팅을 억지스럽게 할 경우, 오히려 대비 효과만 키울 우려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