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조수진 최고위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14일 당내·외 야권 주자들을 국민의힘 안으로 모아 대선 후보 경선을 하겠다는 ‘야권 빅텐트론’을 꺼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우리 당 밖에 있는 훌륭한 주자들, 당 안에 있는 대선 주자들과 문재인 정부에 맞설 빅텐트를 치는 데 소명이 있다”며 “우리 당 중심의 야권 대통합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선 경선 과정에 대해 “저희가 상당히 많은 부침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골짜기도 있을 것이지만 어느 순간에도 소명의식과 목표만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가져주시면 다른 당과 협상할 때도 당 밖의 주자와 얘기할 때도 중심을 잡고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야권 대선 주자들의 입당 시기에 대해 “8월 중순·말이면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유족 손잡고 눈물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고(故) 김경수 상사의 아내 윤미연씨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통상 취임 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이 대표는 천안함·연평도 포격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이 대표는 이날“천안함 폭침이나 제2연평해전 등에 희생된 분들에 대해서도 편향 없이 기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종 기자

이 대표의 ‘빅텐트'론에 야권 대선 주자들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힘 새 지도부 출범에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입당과 관련해서는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며 “국민이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서는 다음 달에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국민이 바라고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정권 교체라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양심적 정치 세력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첫 지도부 회의에서는 “오늘부터 우리가 행하는 파격은 새로움을 넘어 새로운 여의도의 표준이 돼야 한다”며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우리의 언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친숙하지만, 주류 정치인들에게 외면받았던 논제들을 적극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黨밖 주자들에 손내민 이준석… 윤석열·안철수·홍준표 출격 준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4일 ‘당 밖에 있는 훌륭한 주자들’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맞설 ‘빅텐트’를 치겠다고 하면서 야권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은 이 대표의 등장으로 야권 지지세가 커지는 것을 반기면서도, 저마다 처지에 따라 입당 시기 등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6·11 전당대회 전까지 직접적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3일 처음으로 ‘문자 대화’를 텄다. 이 대표에게 당 대표 당선 축하 인사 정도는 건네는 게 좋겠다는 주변 참모들 조언을 받아들인 윤 전 총장이 먼저 이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입당 얘기라든지 구체적 정치 일정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8월 중순이면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 많은 분께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라며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기를 언급했다. 8월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선 “일자리나 경제 문제 등이 부각되면 가장 각광받는 대선 주자도 조금씩 변할 것”이라고 했다. 전언 형식을 빌렸지만 윤 전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반사 이익을 보는 ‘반사체’에 비유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쪽은 일단은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이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이 대표 체제의 지도부 출범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입당에 대해선 “모든 선택은 열려 있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저는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간다고 말씀 드렸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입당과 별개로 우선적으로 이달 말쯤 본인이 직접 공식적인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이 다음 달에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바라고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정권 교체라는 성과를 보여 드려야 한다”며 “이것은 제1야당을 비롯한 모든 양심적인 정치 세력들이 철저히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우리 정치를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진정한 변화의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대해 “앞으로 차차 공식적으로 상견례 자리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복당을 바라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응당 풀어야 할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나중에 화를 입는다’는 뜻의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푼다는 자세로 이 난국을 돌파하기 바란다”고 썼다. 이준석 대표는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라디오 방송에서 “개인적으로 봤을 땐 늦출 이유는 없다”며 “홍 전 대표 복당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지금 원리 원칙상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홍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했다.

야권에선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 원장 자신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최 원장이 다음 달 중순 감사원장을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원장과 함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야권의 대선 레이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 외부의 대선 주자들과 함께 유승민 전 의원, 김태호, 하태경 의원 등 당내 대선 주자들에 대해서는 ‘자강론’을 강조하며 분위기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유 전 의원은 오는 20일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 조직인 ‘희망 22동행포럼’ 발족식을 대구에서 갖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대선 예비 후보 등록도 마칠 예정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대선 출마를 위해 다음 달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 의원은 이번 주중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고, 김태호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