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재선 박용진(50)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3위에 올랐다는 결과가 9일 나왔다. 오차범위 내이지만 박 의원이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이준석 현상’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재명(57)·이낙연(69)·정세균(71)’으로 대표되는 여권 ‘빅3 구도’에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9%는 이 지사를 선택했다. 이 전 대표는 11.5%로 2위였고, 박 의원은 5.3%로 3위였다. 정 전 총리가 4.6%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로, 응답률은 5.2%다. 그간 정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박용진(왼쪽 사진)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처음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준석 효과’가 여권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1971년생으로,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한 79세대(70년대생, 90년대 학번)다. 최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광재(오른쪽 사진) 의원도 1965년생으로 비교적 젊고 친문과는 거리를 둔 ‘원조 친노’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에서 시작된 ‘세대교체’ 요구가 여권의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선 30대인 이준석 후보가 야당 당대표가 될 경우 기존의 586운동권 중심인 민주당과 대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경험이 많고 연륜이 있어 안정된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젊은 후보들에 비해 쇄신과 변화의 이미지가 부족한 점이 과제로 꼽힌다. 반면 박 의원은 71년생으로,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한 79세대(70년대생, 90년대 학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박 의원이 주요 대선 주자로 나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56) 의원도 주목하고 있다. 50대 중반으로 다른 여권 주자에 비해 젊고 친문과는 거리를 둔 ‘원조 친노'라는 점 때문이다. 이 의원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 아직도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리곤 한다. 이 의원과 함께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전재수 의원 등 10여 명이 그를 돕는 등 당내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시대·세대·선수 교체 3박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빅3 구도'의 변화 조짐에 정 전 총리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지만 고민도 커지고 있다. 연일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강하게 비판하고 개헌, 경선 연기 등 각종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지지율이 정체 상태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층인 ‘문빠’같이 ‘정빠’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빠가 있어 봤으면 좋겠다. 지금 배가 고프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도 “기본소득은 근본적인 재원 대책부터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강성 지지층을 고려해 강성 발언을 하고 있지만, 평소 구축했던 합리적 이미지와 배치돼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만 믿을 수는 없다”며 “일시적 현상인지 아닌지 봐야 한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전북에서 신복지 전북포럼 창립 총회를 열고,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을 다졌다. 당 일각에선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정 전 총리와 단일화를 논의한 적이 없다”며 “국민께서 잘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