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연일 강도 높은 발언으로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평소 절제된 발언을 해온 두 사람이 최근 ‘독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는 데에는 친문의 영향력이 막대한 당내 경선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앞서자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가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30일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한 데 대해 “일본 도쿄올림픽 참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보다 앞선 충남지역 시·도지원 간담회에서도 ‘일본의 독도 표시’에 대해 “저놈들” “고약하고 치사” “나쁜 사람들”이라며 비판했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또한 이보다 앞서 “일본이 시정을 거부한다면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에도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 전 대표는 회고록 발간 소식이 알려진 지난 27일 “가족이 수감되시고, 스스로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시는데도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며 “조 전 장관께서 고난 속에 기반을 놓으신 우리 정부의 개혁 과제들, 특히 검찰 개혁 완성에 저도 힘을 바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도 하루 뒤인 지난 28일 “조국의 시간은 역사의 고갯길이었다”며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국무총리 출신으로 그간 외교 사안이나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시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아무리 대일(對日) 문제라고 해도, 직전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들치고는 발언 수위가 높다”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이 당장 내달부터 본격화될 대선 후보 경선을 의식한 걸로 보인다”면서 “당심이 반영되는 경선에서 이 지사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는 ‘조국’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