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 지역 구청장들이 참석한 17일 민주당 부동산대책특위 회의에선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노후 아파트가 많은 노원·영등포구청장은 “재건축에 속도를 내달라”고 했고, 강남구청장은 “강남구 약 60%가 종부세 대상”이라며 종부세·재산세 부과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했다. 재건축·재개발에 소극적이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높여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주장들이다. 이날 모임을 제안한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부동산 민심이 더 악화해 특위가 만들어지자마자 면담을 요청했다”며 “민심을 당에 전하러 왔다”고 했다.
◇”재건축 규제 풀고 속도 내달라”
이날 회의에는 강남·강동·노원·송파·양천·영등포·은평 등 서울 7개 지역 구청장이 참석했다. 서울 25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구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인데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지역 구청장들이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야 야당 소속이니 당에서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지만 여당 소속 구청장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당에서도 ‘시급하게 점검을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집을 팔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이게 세금이냐 벌금이냐’ 같은 주민들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이날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재건축 문제로 아주 난리”라고 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이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에서 서울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을 건의한 것을 언급하면서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재건축 속도를 내달라”고 했다. 노원구는 지은 지 30년이 지난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가 서울 25구 중 가장 많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상당수 단지의 재건축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오 시장은 의지를 보이는데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재건축에 임했으면 좋겠다”며 “여의도에는 준공 50년 안팎의 노후 아파트가 많은데 조속히 재건축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재산세·종부세 완화… 부자 개념 다시 생각하라”
구청장들은 “급격한 공시가 상승으로 인한 과도한 세 부담은 부당하다”며 세제 개편도 요청했다. 이날 참석한 구청장들은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을 공시가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 종부세 부과 대상을 현행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종부세 적용 공시가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며 “2008년에 상위 1%에게 ‘고액 주택’이라고 해서 물렸던 종부세가 지금 강남구는 거의 60%가 대상”이라고 했다. 고령에 소득이 없는 실거주자에게는 재산세·종부세 모두 감면해 주는 게 맞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구청장은 ‘종부세 기준 완화는 부자 감세’라는 당 일각 비판에 대해 “싸잡아서 부자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부자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6월 1일 공시가격 기준으로 재산세·종부세가 차례로 매겨지기 때문에 그 이전에 공시가 산정 기준을 변경해 정책 효과를 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부동산 특위 위원들도 “공시가 상승으로 인한 세금 문제를 강남 3구만의 문제로 치부하고 가볍게 볼 순 없다” “서울 전체의 문제가 된 만큼 과세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재산세 감면은 공감대가 있는 만큼 빨리 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조치들로 1주택 실소유자까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세금을 물게 됐다”며 “4·7 재·보선에서 나타난 국민적 조세 저항을 해결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구청장들의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는 여러분 우려를 포함해 세제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