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월 초 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한 달 이상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윤 전 총장 주변에선 국민의힘 새 지도부 구성이 끝나는 5월 말이나 6월 초쯤 그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때부터 여야 모두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도 최근 언론 통화에서 “여야 모두 지금은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니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프리랜서 번역가 A씨가 윤 전 총장을 만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A씨는 페이스북에 ‘그분을 만나 몇 가지를 질문했고 그분은 진지하게 대답해줬다’고 썼다. A씨는 페이스북에서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진보 성향에서 반문·반조국으로 돌아서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되는 인물이다. A씨는 통화에서 “일주일 전쯤 지인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윤 전 총장을 만났을 뿐 인연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소셜미디어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윤 전 총장 측 한 인사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퇴임 후 주로 서울 서초동 집에 머물며 전문가들이 보내온 책이나 정책 보고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 지인은 “경제 등 다양한 현안과 관련한 책과 보고서를 읽고 경우에 따라 전문가들에게 자문(諮問)도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을 만난 사람들은 그가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면서도 이로 인한 불공정과 격차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윤 전 총장은 격차 해소를 위해 일정 정도 국가의 개입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노동·복지와 관련해서도 “중도에 가깝다”고 주변에선 말한다. 지난 11일 윤 전 총장을 만난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떻게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가 결혼과 출산을 꿈꾸겠느냐’라고 하더라”고 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했다는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을 핵심 축으로 하고 한·미·일 협력이 잘 이뤄져야 대중·대러 외교도 잘될 수 있다는 인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