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여론조사 첫날인 22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거론하면서 선공(先攻)에 나서자, 오 후보는 “신기루 같은 후보”라면서 맞받았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돕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시민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이르면 23일 오전에 발표될 전망이다.
◇吳 “안철수는 신기루”
오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가 개시되기 직전인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누가 야권 후보가 돼도 이긴다는 안일한 생각”이라며 “경험 있는 장수를 선택해달라”고 했다. 지지층에게 자신이 제1야당 후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내년 3월 차기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오 후보는 “단일화가 되면 바로 윤석열, 홍정욱, 금태섭, 김동연 등 중도 인사들을 ‘삼고초려’해 개혁 우파 플랫폼을 만들어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오자 두 후보의 신경전도 격해졌다. 오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해 “실체가 불분명한 야권 연대를 외치는 신기루와 같은 후보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후보가 ‘내곡동 땅 의혹’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오 후보는 “지지율 추이로 볼 때 안 후보가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일 것”이라고 했다. 오 후보 측은 내곡동 땅에 ‘셀프 보상’을 했다는 민주당 공세에 맞서 “내곡 지구에 대한 보상은 노무현 정부에서 허가한 사항”이라면서 관련 공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安 “내곡동으로 사퇴할지도...”
두 후보는 ‘지지 호소 기자회견을 누가 먼저 하느냐’는 문제로도 기 싸움에 나섰다. 오전 10시부터 단일화 여론조사가 개시되는 만큼 먼저 기선 제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오 후보가 기자회견(오전 9시 30분)은 빨랐지만, 안 후보는 이보다 먼저 회견문을 배포(오전 9시)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대결에서 큰 격차로 이길 후보는 저라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안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 관련 양심 선언이 나오면 오 후보가 사퇴하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부동산 자산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날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겨냥해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도 했다. ‘아줌마’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안 후보는 “저는 집 없는 아저씨”라고 대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안 후보 전체 자산은 1550억원으로 이 가운데 1417억원이 ‘안랩’ 주식이다.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당원들에게 ‘동지(同志)’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우리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 배를 탄 식구이자 내년 대선을 향해 대장정에 나서야 할 동지”라면서 “기호 2번이든, 4번이든 모두가 더 큰 2번일 뿐”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合黨)도 다시 약속했다.
◇'정권 교체'에는 한목소리
이날 오세훈 후보는 야권 단일화 최대 승부처인 서울 강남권에서 ‘뚜벅이 유세’를 벌였다. 안철수 후보는 보수 유튜브 채널에 연달아 나와 ‘선명성’ 강조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이 서울시민 1인당 10만원의 재난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박 후보가 사재(私財)를 털어서 줘야 한다”고도 했다.
양측은 ‘정권 교체’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오 후보는 “야권 단일 후보가 정해지면 안 후보와 ‘원팀’이 되어 몸이 부서져라 뛸 것”이라고 했고, 안 후보도 “서로 누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되어 돕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두 후보는 좋은 공약을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협의팀’도 가동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부터 개시된 여론조사의 속도를 감안하면 23일 오전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양당 내부에서 나온다. 이번 여론조사는 2개 회사에서 휴대전화 100%로 각각 1600명(800명 경쟁력, 800명 적합도 조사)씩 모두 3200명을 조사한다. 두 후보는 오차 범위 내는 물론, 소수점 둘째 자리 차이로 승패가 갈리더라도 승복하겠다고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