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정부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재산 공개’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올해도 이들의 아파트 가격은 최근 시세의 절반 수준 금액으로 발표될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현재 30억원에 거래되는 서울 강남 아파트도 재산 공개에선 15억원 안팎으로 기재된다. 국민들에겐 일종의 ‘착시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고위 공직자들이 재산을 신고할 때 써내는 주택 가격이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 또는 본인이 주택을 매입할 당시 ‘취득가격’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실거래가의 40~60%에 불과한 액수를 써내는 사실상의 재산 축소 신고”라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부와 여야(與野) 는 이 요구를 무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논의에 진척이 없어 올해도 공시가격 또는 취득가격으로 재산을 공개하게 됐다”고 했다.
국민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작 정부와 여야가 의지만 있으면 실행 가능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현실화’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 주 공개되는 고위 공직자 재산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이번 공시가격 상승분은 반영되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 입장에선 시세도, 인상된 공시가격도 적용받지 않는 셈이다.
과거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는 대부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이후 2018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18년 7월 이전부터 고위 공직자였던 ‘기존 등록자’와 2018년 7월 이후 ‘신규 등록자’ 간 재산 등록 방식에 차이를 뒀다. 2018년 7월 이전부터 재산 공개를 해왔던 고위 공직자, 다선(多選) 의원들은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 가격을 계속 공시가격으로 신고할 수 있다. 반면 2018년 7월 이후 새로 고위 공직자가 된 ‘신규 등록자’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기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서 ‘실거래가’는 최근 실제 거래가 이뤄진 가격이 아니라 해당 주택을 취득했을 당시 매매가격, 즉 과거의 ‘취득가격’이다. 과거 취득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으면 결국 공시가격으로 써내 시세 반영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재산 공개 내용을 보면 고위 공직자들이 등록한 아파트 신고액은 최근 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42평형)를 8억8800만원에 신고했지만 2019년 12월 거래가는 16억5000만원이었고, 현재 시세는 더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국 민정수석이 16억4000만원으로 신고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45평형)는 지난달 35억원에 거래됐다. 정부에선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9억9200만원으로 신고한 서울 마포구 아파트(55평형)가 지난달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6억5300만원으로 신고해 논란이 됐다. 같은 아파트의 더 작은 평형대가 지난 1월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국회, 여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33억5200만원으로 신고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는 호가가 60억원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서울 광진구 아파트를 8억720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지난 1월 같은 평형대가 1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현 시세가 12억~13억원인 서울 마포구 아파트를 신고하면서 2005년 매입 당시 가격인 6억7000만원으로 기재했다. 국민의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호가가 50억원대에 육박하는 서울 서초·강남 아파트를 각각 27억8400만원, 25억3600만원에 신고했다.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이 8억6000만원으로 신고한 부산 해운대 아파트는 지난달 14억6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