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파동'과 관련해 쏟아진 질문에 “청와대가 이미 다 설명했다” “인사 관련 사항은 말하기 어렵다”는 답을 20차례 이상 반복했다. 야당에서 “박 장관이 불편한 질문에 아예 입을 닫고 동문서답하는 걸 보니 ‘추미애 장관 버전2′”라고 비판하자, 박 장관은 “버전2라고 하는데, 나는 나, 박범계 장관은 박범계 장관”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휴일이었던 지난 7일 오후 검사장급 검찰 고위 인사안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후 재가' 의혹에 대해 “인사에 관한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청와대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야당의 거듭된 질의에도 박 장관은 “아까 말했다” “청와대가 발표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부족한 나를 임명한 취지에 충실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 뜻과 다른 인사안을 강행한 것은 아니란 취지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대통령이 모르는 인사안이 발표됐다면 ‘대통령 패싱’이자 국정 농단”이라고 박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에 박 장관은 “청와대는 ‘재가됐고 결재됐다’고 표현했다. 청와대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갈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문 대통령의 법무 참모”라며 “월권이나 위법은 저지른 바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신 수석을 ‘패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신 수석과 몇 차례 만났고 통화도 했다”며 “내 판단으로는 충분한 소통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신 수석과 최종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검찰 개혁을 위해 인사를 했고, 특별히 금도를 벗어난 행동을 한 바 없다”고 했다.
박 장관이 ‘말할 수 없다, 청와대 말로 갈음한다’는 답으로 일관하자,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국민에 대해 오만하기 짝이 없는 답변”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장관이 청와대 대변인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