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피해 지원책으로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 손실 보상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피해 지원 대상을 둘러싼 보편·선별 지원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권(與圈)에선 그동안 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줄 것이냐, 피해 계층에게 집중 지원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보편·선별 동시 지원론’이 힘을 얻는 것이다. 그 배경을 두고 코로나 피해 지원을 둘러싼 여권 차기 대선 주자들의 주도권 경쟁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에선 최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립했다. 이 지사는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해왔고, 이 대표와 정 총리는 일단 ‘선별 지원’에 무게를 뒀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영업 손실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여권의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KBS에 출연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지금은 좀 빠른 것 같다”면서도 “언젠가는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는 전제로 2~3월쯤 논의 여지가 생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 지사는 최근 중앙정부 재난지원금과는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영업 금지·제한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 등의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내용의 손실보상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두고 볼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여권 계획대로라면 올 상반기 중 보편·선별 지원이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여권 주요 대선 주자들도 코로나 피해 지원에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낙연·이재명·정세균 등 세 사람은 그동안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각론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이 대표와 정 총리는 ‘이 지사의 전 국민 지급 주장은 시기상조’란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 확산 진정 시’ 전 국민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손실보상제 추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보편·선별 동시 지원 방안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여권의 분위기 변화엔 코로나 피해 지원을 둘러싼 차기 주자들의 주도권 경쟁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 총리는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에게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고 했다. 이 대표도 이 지사를 겨냥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재정건전성 문제를 두고는 ‘이낙연 대(對) 정세균·이재명’ 대립 구도도 형성됐다. 정 총리는 최근 손실보상제에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기획재정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했다. 이 지사도 지난 23일 “집단자살사회에서 대책 없는 재정건전성”이라며 “적게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정 총리와 이 지사를 동시에 겨냥해 “기재부 곳간지기(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여권에서 재원 마련이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민이나 언급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5월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때 들어간 재원은 14조2000억원가량이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최근 발의한 손실보상법에 따르면 최대 월 24조7000억여원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선 “4~5개월만 돼도 100조원 넘는 돈을 풀 수 있다는 말인데 나랏빚을 얼마나 늘리겠다는 것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