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의당의 브리핑 내용에 항의하며 30대 여성 원외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정의당이 하는 것은 돕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정의당이 밝혔다. 정의당은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이라며 김 의원의 사과와 민주당의 징계를 요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김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법제사법위원회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며 “브리핑 내용에 항의하는 방식이 매우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9분간 이어진 통화 내용은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케 할 정도였다”고 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각 당 대변인 브리핑에 관해 이의·정정을 요청하는 일이 간혹 있으며, 이런 경우 공식적 방식으로 요청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런데 어제 오후 6시쯤 난데없이 일면식도 없는 국회의원이 타당 대변인에 전화해 다짜고짜 왜곡된 브리핑이라 몰아붙이는 건 상식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의당을 돕지 않겠다’는 발언과 관련, 정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정의당이 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낙태죄폐지는 국민 삶과 직결된 법안인데, 이런 법안을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자 인질 삼아 압력을 행사했다니,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대 여당 국회의원이면 타당 대변인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짓을 벌여도 되는 것인지 민주당 지도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군다나 우리당 조 대변인이 나이 어린 여성이라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인지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에게 즉각 사과할 것을 요구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에도 김 의원에 대한 징계를 비롯한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발단은 지난 8일 국회 법사위의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였다. 정부는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24주까지는 유전적 질환, 성범죄, 사회·경제적 사유 등이 있을 때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대한 남성의 인식을 알고 싶다”, “20~30대 남성이 낙태죄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있느냐”고 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남성들의 인식이요?”라고 되물은 뒤 “2030 남성들도 낙태죄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김 연구위원의 답변에 “그게 주류의 시각이나 평가일까요”라고 했다.
이에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이 논평을 냈다. 그는 “공청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여성들의 현실이 아니었다”며 김 의원을 겨냥해 “어이없는 말들을 일삼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삶을 짓밟았던 망언을 굳이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성도 낙태에 공동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남성들은 정부 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질문의 취지였다”며 “정의당 논평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질문한 사람의 의도를 완전히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김남국 “정의당 ‘답정너’식 행태에 유감…책임있는 사과 촉구”
9일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렸다. 그는 “피해자의 사과 요구를 ‘갑질 폭력'으로 매도하다니, 정의당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가진지 모르겠다”면서 “정의당은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할 줄 모르는 부끄러운 정당이냐”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정의당 대변인이 어제(8일)에 이어 오늘(9일)도 왜곡 논평을 발표했다.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하며, 대변인의 책임 있는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저는 (공청회에서) 낙태죄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남성도 함께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인식 아래 해당 법안에 대한 2030남성의 생각이나 의견 등이 조사·연구되었는지 물었다”며 “공청회 발언을 두고 정의당은 전혀 다른 논평을 내놨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았던 것은 아닌지 혹은 왜곡된 시각으로 접근한 것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 의원은 “혹시 정의당은 낙태죄와 관련해 남성의 책임은 일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낙태죄는 우리 사회 문제로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며 “남성의 의견을 묻지도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이 곧 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으로 왜곡한 논평으로 폭력을 자행한 정의당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청한다. 정의당의 ‘적반하장식’ ‘답정너식’ 행태에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하며, 반드시 책임 있는 사과가 이뤄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는 신념을 갖고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며 “정의당에 서운한 것이 있어도 제가 공동발의한 법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