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세종의사당 건립 예산을 정부안(案)보다 13배 가까이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은 위헌(違憲)’이라고 결정했음에도 여당이 압도적 의석 수를 바탕으로 뒤집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10억원으로 제출한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조사 설계비’ 명목 예산을 127억2700만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해야 할 국회가 도리어 정부가 제시한 예산을 13배나 부풀린 것이다. 국토위는 이에 대해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정부안보다)117억2700만원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종의사당 건립과 별개로 인근 도로 정비에도 수십억원대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오송~청주 연결도로(56억4000만원→120억원), 광역도시계획 수립(3억6500만원→13억6500만원) 등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앞서 충북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특별시에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배치되는 수도 이전에 관련해 국민의힘도 ‘지역 민심’을 고려해서 끌려가는 모습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與野)가 선거를 의식해 앞다퉈 ‘묻지 마 예산 증액’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를 세종시에 이전할 경우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국회사무처 추산이 나왔다. 국회사무처 세종의사당 건립추진단의 계획안에 따르면 11개 상임위원회를 우선 이전하는 데 1조4263억원, 전체 상임위원회를 이전할 경우에는 1조7180억원의 사업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회의장·국회의장단을 포함한 국회 전체를 이전하려면 사업비는 1조9316억원까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