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와 당헌(黨憲) 개정을 위한 전(全)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서울과 부산은 우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보선을 실시하게 됐다”고 하면서도 당헌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후보를 내기로 한 데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후보를 공천해 심판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公黨)의 도리”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헌 개정을 위한 전 당원 투표가 끝나는 대로 곧장 경선 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둘 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의 추문 때문에 열린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했고,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추행 의혹 속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민주당 당헌 96조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조항이다. 당헌은 당을 운영하는 기본 규칙이면서 당을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새누리당 소속 하학렬 고성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아 재선거가 치러지게 되자 고성을 방문해 “재선거의 원인 제공자(새누리당)는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거돈·박원순 시장이 연달아 성추문에 연루된 뒤 사퇴하자 당시 이해찬 대표가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통렬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하기도 했다.
당헌상 후보를 낼 수 없고 후보를 낼 경우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후보 공천 여부에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고, 그 결정의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다”며 당헌 개정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보궐선거로 인한 혈세 낭비, 문 대통령 시절 만든 당헌의 ‘뒤집기’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선에 571억원, 부산시장 보선에 267억원 등 830억원 넘는 세금이 들어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잘못으로 시장 자리가 비어 시정 혼란이 빚어졌고, 여기에 국민 혈세까지 낭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공당의 도리’를 운운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 당원 투표의 결론이 뻔하니까 (당헌을 바꾸는 쪽으로) 그렇게 할 줄 알았다”며 “민주당이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지어다”라고 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민주당이 지도부가 문제를 책임지기보다 당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유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간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 대부분이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헌을 개정하는 쪽으로 투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는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전 시장과 민주당 경선을 치렀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거론된다. 서울에서 5선을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도전설도 나온다. 당대표 선거에 나섰던 박주민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기 대선 등을 감안하면 내년 서울시장 보선은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라며 “당헌 개정이 완료되면 바로 강력한 후보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