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영대사관 국정감사를 마친 뒤 15일 페이스북에 ‘영화 같았던 주영 대사관 국정감사’라는 소감을 밝혔다. 태 의원은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했다.
태 의원은 “바로 4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외교관으로 일하며 한국의 외교관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한국 대사에게 질의를 하는 순간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기적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내 인생이 기적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인생역전' 자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전날 국회에서는 주영 한국대사관을 포함한 재외공관 국감이 화상으로 진행했다. 태 의원은 “박은하 (주영)대사의 음성을 들으며, 대사 뒤에 앉아있는 주영 한국대사관 직원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와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작 전부터 주영 대사관의 국감 때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으나, 막상 부딪치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박은하 대사와 밤이 새도록 마냥 앉아서 이야기만 하고 싶었다”며 “골프가 뭔지 몰랐던 나에게 골프를 알려준 한인 교포 권 프로, 몇 년째 북한을 드나들면서 식량 지원을 했던 뉴몰든 지역의 한인 교포분들과 수백 명 북한 아동 장애인들을 수술해 준 교포 목사, 추석이면 북한 대사관에 떡과 과일, 쌀을 가져다주던 교포 상인들. 그들 한 분 한 분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태 의원은 “하지만 국정감사를 이어가야 했다”며 올해 업무 보고에 탈북민들에 대한 업무 보고가 빠진 것에 대해 질의했다고 적었다. 박 대사는 “영국 내 탈북민과 한인 사회의 통합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국감장에서 최일 주영 북한대사가 평양국제관계대학 1년 후배라고 소개하면서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박 대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의 탈북사건 때문에 평양으로 소환돼 소식조차 알 길 없는 현학봉 대사와 후배들이 생각나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태 의원은 “12일에 있던 주미·주유엔 대사와는 달리 주영대사관에 대한 국감은 전 기간 격려와 웃음, 따뜻한 말이 오가는 한 집안 형제들 사이의 대화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박 대사와의 대화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며 “모든 국정감사가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