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혼돈에 빠졌다. 당내 반발 속에 보궐선거 선거 준비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임명을 사흘 만에 철회하고, 김상훈(3선·대구 서구) 의원을 12일 경선준비위원장이란 직책으로 대신 앉혔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당내 혼란상을 지적하며 “이러면 비대위원장 못 한다”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金 “이러면 비대위원장 못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 “총선 참패를 겪고도 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이렇게 하면 비대위를 지속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본 소득, 전일 보육제에 이어 경제 3법, 노동법 개정 등을 의제로 제시했지만, 당내에선 중진들을 중심으로 번번이 잡음과 반발이 나왔다. 일부 중진이 전반기에는 맡지 않기로 했던 상임위원장을 국정감사 이후 ’11대 7′로 나누자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점도 김 위원장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들을 향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김선동 사무총장이 주도해 구성한 경선준비위원회 위원 구성도 논란이 됐다. 상당수 인사가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물의 ‘대리인’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 안팎에선 위원 구성이 ‘계파 나눠 먹기’ 양상으로 흐르는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김선동 사무총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활동한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비대위 사무총장이 어떻게 서울시장에 나간다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 수가 있느냐. 사무총장의 자격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했다. 통상 당 사무총장은 선거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직접 경선 등에 출마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에서 예정됐던 경선준비위 구성 의결에 제동을 걸고 “안건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 이후 반나절 만에 새로운 인사들로 경선준비위를 발족시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10일 당 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달 12일 최근 당의 혼란상에 대해“이렇게 하면 비대위를 못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강호 기자

◇ “대구 3선이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비공개로 당 회의를 열고 김상훈 의원을 경선준비위원장, 김선동 사무총장을 부위원장으로 한 ‘경선준비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당내에선 “내부 분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자는 차원에서 급하게 인선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대구 3선 김상훈 의원이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대구 지역구 중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당의 기존 주류 세력인 영남 의원들의 집단적 영향력이 발휘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경선준비위원에는 박수영·최승재·조수진·황보승희 의원, 신동우·임재훈 전 의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재섭 비대위원 등 10명이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선거기획단은 새로 꾸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경선위원장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석 대변인은 비대위 직후 브리핑에서 “재보선 선거대책위원회가 아니고 명칭 그대로 경선준비위원회”라며 “경선 규칙을 재검토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고 선거 전략을 짜면서 다시 역할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교수가 포함된 것은 김 위원장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시장들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상황에서 이번 선거의 성격을 명확하게 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김 위원장이 정책 이슈는 주도하는 측면이 있지만 보궐선거 관련해선 구체적 사람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30% 아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8일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 국민의힘은 2.3%포인트 내린 28.9%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