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태경 기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해안 공무원 북한 피살’ 사건을 대하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야만에 대한 야만적 칭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자 청와대와 여권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북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규탄하던 청와대와 여권의 태도가 하루 만에 돌변했다”며 “청와대는 어제 하루 두 번이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는 브리핑까지 했다. 청와대 춘추관이 북의 공보실이 된 듯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자 뜻밖의 ‘복음’이라도 날아 온 듯 정부 내외의 ‘문파’ 인사들이 일제히 나섰다”며 이들의 행태를 하나하나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당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른다’며 반색했고, 통일부 장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북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맞장구를 쳤다”며 “국정원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정은 면죄부’를 발부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장외 문파는 한술 더 떴다"며 "어떤 이는 유튜브 생방송 중 ‘희소식’이라 쾌재를 불렀고, 어떤 이는 김정은의 ‘통 큰 면모’를 추켜세우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겨냥한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전날 유뷰트 생중계 도중 김정은이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통 큰 측면이 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대표적 친문 인사다.

김 전 위원장은 “더 중요한 것은 ‘야만’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분하고 분해 숨조차 쉬지 못할 지경이다. 어렵게 쌓아 온 문명의 역사가 다시 내려앉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몹시 분하다. 이를 바로 잡을 힘도 세력도 없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