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친일파 파묘(破墓)’ 행사에 불법적으로 쓰인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을 석 달째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앞서 운암김성숙선생 기념사업회는 지난 6월 현충원 탐방행사 용도로 지원된 보훈처 예산 2500만원을 사전 승인 없이 ‘친일파 파묘’ 촉구 행사로 전용했다. 위법적인 국고보조금 활용에 대한 환수 조치가 미뤄지는 사이 기념사업회는 ‘친일 청산 UCC 공모전’ 후원 명단에 무단으로 보훈처를 집어넣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실이 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는 친일파 파묘 행사가 있기 전날인 지난 6월 12일 기념사업회 측에 보낸 공문에서 “후원 명칭에 보훈처를 삭제하고, 당초 사업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시행되지 않도록 시정을 요구한다”며 “제대로 시정이 되지 않을 땐 국고보조금이 환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이를 무시하고 이튿날 나랏돈으로 파묘 행사를 강행했다. 당시 파묘 행사에는 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광복회 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사업회는 이후 보훈처에 보낸 공문에서 “사업의 취지를 다르게 보도한 일부 언론사의 기사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언론 탓을 했다.
보훈처는 지난 7월, 8월과 이달 초에 걸쳐 “보조금관리법 위반이므로 자진 반납해 달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 기념사업회는 도리어 보훈처에 “'친일 청산 UCC 공모전' 초청장, 현수막 등의 인쇄물에 보훈처의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보훈처가 명칭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기념사업회는 후원 명단에 보훈처를 무단 게재한 홍보 포스터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 측은 “보훈처가 친일파 파묘법을 추진하는 여당의 위세를 등에 업은 기념사업회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의원은 “명백한 국고보조금법 위반에 대해 보훈처가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