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12일 페이스북에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미(未)복귀 의혹’을 공익제보한 당시 당직사병 현모(27)씨의 실명(實名)을 무단으로 공개한 것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학원생인 공익제보자의 신원을 공개하면서 위험에 빠뜨린 것 아니냔 취지다. 3시간만에 항의 댓글이 400여건 가까이 게재되자 황 의원은 공익제보자의 실명을 슬그머니 ‘현 병장’으로 수정했다.

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현씨에 대해 사건을 키워온 현○○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犯)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면서 “이후 현○○은 잠수타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 같은 취지의 글에서 황 의원은 10여 차례 현씨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에 한 네티즌이 “의원님 실명 공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게 노무현정신”이라면서 “이런 인권감수성은 국힘(국민의힘)놈들이 절대 못 따라간다. 의원님 덕분에 현○○ 이 녀석, 이제 겁먹고 오줌 지릴 듯”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공익제보 청년의 이름을 무단 공개한 것은 향후 추가적인 증언을 막기 위한 ‘겁주기’가 아니냔 반어적 표현이었다.

공익제보자 실명을 공개한 문제를 두고 네티즌과 댓글 설전을 벌이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그는 이 과정에서 재차 공익제보 청년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 같은 항의 댓글에 대해 황 의원은 “이미 언론에 다 공개된 사항으로 제가 공개 안 되던 현○○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재차 공익제보자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문제제기한 네티즌은 재차 “공익제보자를 탄압하는 게 노무현정신이냐, 그러고도 민주주의자를 자부하시냐”고 항의했다. 황 의원은 '노무현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실 행정관 출신의 ‘친노인사’다.

이후 황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밝히는 김에 추미애 아들 이름도 밝히라” “공익제보자를 사기꾼으로 취급하시는데 그럼 야당의 특검요청을 받으라” “너 운 좋게 국회의원 된 것을 목동(황 의원 지역구)사람들은 다 안다” “제 아들도 병가내고 늦게 복귀할 경우 전화로 하면 되는 거죠?” “국회의원 수준이 겨우 이 정도라는게 참으로 개탄스럽다” “제 정신으로 쓴 글이 정말 맞느냐” 등의 비판 댓글이 빗발쳤다.

이에 황 의원은 “허위사실로 국가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이미 확대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항의가 계속되자 “아무튼 잘 알겠다. 실명을 현 병장으로 수정하겠다”고 했다. 또 공익제보자 현씨를 ‘단독범’ ‘공범세력’이라면서 범죄자에 빗댄 부분도 고쳤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떳떳하시면 그냥 두시라” “죄송하다고 유감표명도 하라” “(페이스북) 수정내역 가면 여전히 실명이 나온다”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면서 항의을 거두지 않았다. 이에 여당 지지자들도 “적폐들이 황 의원을 공격하고 있다”고 결집하면서 황 의원 페이스북 댓글창을 무대로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軍) 휴가 미복귀 당시 같은 부대 당직병이었던 A씨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 제공

야당은 “친문(親文)성향 지지자들에게 공익제보자에 대한 공격개시 ‘신호’를 보내려다가 들통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의원이 친문 지지자들에게 ‘현씨에 대한 전방위적 신상털기를 하라’고 암시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민주당 의원이 범죄자로 낙인찍은 당직사병은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누군가의 귀한 형제”라면서 “자신들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27살 청년의 이름을 공개재판에 회부하는 무도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페북을 지울 순 있어도 진실은 지우지 못 한다”며 “민주당은 추 장관을 얻고 국민은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황 의원과 친문성향 지지자들이 “잠적했다”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 현씨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도망도 잠적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던 법원이든 국회든 나라가 증인으로 부르면 지금과 같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증언할 것”이라면서 “논문제출자격시험 및 졸업논문심사에만 신경쓰기도 힘들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었다는 현씨는 “제가 특별한 정치 성향이 있지는 않지만, 이 사태를 보면서 공정이나 정의보다 어느 쪽이 자기편이냐만 따지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