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개월 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어록을 모아봤다. 최근 추장관 아들의 병가 의혹 관련해 추미애 장관은 수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대답을 회피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강한 어조로 거침없이 이야기 하는 등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모님(추미애 법무장관 내외)께서 휴가 연장 민원을 직접 제기했다’는 취지를 담은 국방부 내부 문건이 9일 공개되면서 추 장관이 그간 아들의 ‘휴가 미(未)복귀 의혹’에 대해 거짓 해명을 해왔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추 장관은 아들 서모(27)씨가 복무했던 부대 상급자들의 잇단 폭로에도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본지가 입수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지역대 지원반장이었던 이모 상사(현재 원사) 작성 면담 기록에는 추 장관이 어떤 경위로 민원을 제기했는지에 대한 정황이 포함돼있다.

◇소설 쓴다더니… 국방부 문건서 현실로 드러나

추 장관은 앞서 국회에서 아들의 특혜 휴가와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소설을 쓰시네” “검언유착 아니냐” “질문 같은 질문을 해야지”라면서 거칠게 반응했다. 아들의 휴가 연장 과정에서 민원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아들이) 특권을 누린 적 없고 탈영하거나 특혜 병가도 받은 적 없다”며 “다리 치료가 덜 끝나 의사 소견과 적법 절차에 따라 군 생활을 다 마쳤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관련 청탁 의혹

이 같은 태도는 “추 장관 보좌관이 서씨의 휴가 연장을 요구했다”는 군부대 장교의 증언이 나온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좌관이 실제 전화한 사실이 맞느냐”고 묻자, 추 장관은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튿날 추 장관 아들이 복무했던 부대 대위가 “보좌관에게서 전화를 직접 받았다. 보좌관이 굳이 이걸 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하는 육성(肉聲) 녹취록이 공개됐다.

국군병원 개방병동./조선일보DB

그런데 이날 공개된 국방부 문건에 따르면 ‘부모님’이 직접 병가 연장을 했다고 적시돼있다. 군 관계자는 “문건에서 거론한 부모님이라 함은 어머니인 추 장관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인사복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관련’ 문건은 추 장관 아들 서씨가 2차 병가를 신청한 2017년 6월 15일 지원반장과의 면담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부모님이 병가가 종료되었지만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좀 더 연장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문의를 했다”며 “본인(추 장관 아들)으로서 지원반장에게 묻는 것이 미안한 마음도 있고 부모님과 상의하였는데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된다”고 적혀있다.

1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추 장관이 부대에 직접 민원을 제기한 것은 1차 휴가(2017년 6월 5~14일) 마지막 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후 서씨는 9일간의 2차 휴가(2017년 6월 15~23일)를 추가로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 장관 전 보좌관은 2차 휴가가 진행되던 무렵에 부대 장교에게 연락해 한 차례 더 휴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증언도 나와있다. 개인 연가를 추가한 3차 휴가(6월 23~27일)가 연장된 배경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6월 25일 당직 근무를 섰던 현모(27)씨는 “육군본부 부대마크를 단 대위가 나타나 ''휴가는 내가 처리했으니 보고에는 미복귀가 아닌 휴가자로 올리라'라 말했다”고 증언했다.

◇공익 제보를 허위 사실로 몰았던 秋 장관 아들 변호인단

추 장관 아들의 변호인단도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동료 병사들의 공익 제보를 대부분 부인했다. 2017년 6월 25일 당직 근무를 했던 현모(27)씨가 “추 장관 아들의 미복귀 사실을 인지하고 복귀를 지시했지만 오지 않았다”고 증언하자, 곧장 ‘허위 사실을 옮기는 n차 정보원(당사자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자 현씨는 “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행태가 모욕적”이라면서 “국회에서 나오라고 하면 나가서 (진실을) 말하겠다”고 했다.

2018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입영식을 진행하고 있다./신현종 기자

변호인단은 또 “2차 병가에 있어서도 병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급받아 제출했기 때문에 병가와 관련해서 서씨가 해야 할 의무는 모두 다 했다”고 주장했다. 병가 ‘신청’은 사전에 이뤄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날 국방부 문건에는 2차 병가 연장과 관련해 “(추 장관 측이) 병원의 주치의가 출장을 간 관계로 인해 필요 서류를 차주 중 발송하겠다고 했으며 병가 심의 전까지 개인 휴가를 사용하고 병가 연장 승인 후 병가로 대체시킴을 인지시킴”이라고 돼 있다. 야당은 “병가를 ‘선 조치 후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추 장관 아들이 특혜를 받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